주차를 하려고 후진하는데, 갑자기 차가 덜컥 하고 멈춘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동석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갑자기 급정거하면 어떡하냐!’는 시선이다. 그런데 약간 억울하다. 나는 급제동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내가 조작한게 아닌, 차량이 스스로 멈춘 상황이었다. 운전자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후방의 장애물을 차량이 스스로 인식해 제동한 것.
사실 후방에서 경고음이 계속 울렸지만, 운전석의 나는 삑삑거리는 경고를 무시하며 계속 후진했다. 이에 참다못한(?) 차가 충돌 전에 멈춘거다.
첨단 운전 보조기능으로 차량 파손을 알아서 막아낸 차량은 ‘안전의 볼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XC90 모델은 볼보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플래그십이다.
XC90은 10년 전인 2014년 첫 등장해, 2019년 한차례 부분 변경했고, 이후 꾸준히 상품성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 시승한 최신식 모델은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사고를 예방한다. 이건 후진하면서 직접 체험했다. 더불어 XC90은 차량,보행자,자전거,대형동물을 감지하는 안전시스템도 갖췄다.
운전편의를 위한 기능 또한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 II와 도로 이탈 완화 기능, 그리고 반대 차선 차량과의 충돌회피 등 최첨단 안전기술이 집약됐다.
차량이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면 버드뷰로 경고하는 것도 안전운전에 도움 된다.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역시 만족스럽다. 날이 더워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에어컨 2단으로~”라고 말했더니 군대의 복명복창처럼 AI목소리가 내 말을 따라한다. 그리고 에어컨이 1단에서 2단으로 바뀐다.
라디오나 팟방을 틀어달라고 얘기하니 거기에도 즉각 반응한다. 음성으로 소리를 키우고 줄이는건 일도 아니다. 운전이 무료해질 무렵, 음성으로 마사지 기능을 말하니, 등 뒤에서 롤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말에 따라 여러 기능이 작동하니, 차 안에 개인 집사가 있는 듯 편리하다. 이처럼 XC90에선, 음성을 통해 TMAP 내비게이션, 전화 및 문자 발송, 음악 탐색, 차량공조장치 제어 등이 가능하다. 테스트해보니 운전자의 음성내용을 잘 알아듣고 실행한다.
운전감과 승차감은 좋다. 시야가 넓고 안정감이 있다. 전체적으로 과하지도 않고 딱 필요한 만큼 세팅되어 있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질리지 않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간혹 차는 너무 좋은데 과하거나 부족해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볼보는 균형감이 있다.
볼보는 ‘스웨디시 럭셔리가 추구하는 인간중심(Human-Centric)의 철학을 대변한다’고 홍보하는데, 그 부분에 동의한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코드는 실용성과 심플함인데, 볼보는 여기에 은근한 세련미까지 품고 있다.
사람을 위한 세심함은 차량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사이드 미러를 A필러가 아닌 도어에 장착한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좌우측방 시야 확보가 더욱 용이해지며 안전운전을 돕는다.
실내로 들어오는 초미세먼지를 정화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하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AAC, Advacned Air Cleaner) 시스템 및 접촉성 알레르기 질환 및 천식을 방지할 수 있는 알러지 프리(Allergy-Free) 소재를 실내에 사용한 점도 흡족하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