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에게 일부러 설명 다 안 해…스스로 모순된 상태서 연기 바랬다”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베테랑1’(2015)은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10년 전, 추석 전후 개봉이 밀렸다. 해를 넘겨 봄 그리고 여름까지 갔다. 손익분기점(280만 명)만 넘겼으면 했던 영화는 1,341만 명이 본 ‘대박 영화’가 됐다.
류승완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당시 400만 명이 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세 배 이상 흥행을 얻으니까, 겁이 났다”며 “너무 큰 성공 거두니까 쉽게 못 만들겠더라”고 말했다.
“스태프와 배우 호흡이 좋아서 당연히 속편을 만들 거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죠. 촬영 끝나자마자 서도철 의상을 챙겼어요. 속편 만들게 잘 보관해달라고 의상팀에게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9년이 걸렸다. 류 감독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숙제로 출발했다”며 “재탕하기는 싫었다. 그건 관객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말했다.
‘베테랑2’(2024)에선 박선우(정해인 분)가 중심인물이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인 경찰이다. 1편에서 조태오(유아인 분)와 같은 서사가 없다.
류 감독은 “정해인에게 일부러 다 설명하지 않았다. 배우 자신도 모순된 상태에서 연기하기를 바랐다”며 “일관성을 지키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선량하고, 다른 부분에선 섬찟함을 관객들이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선우에 대한 정보가 쌓인다. 관객이 받아들이는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
“초고 형태 시나리오가 있었죠. 그 시나리오를 (정해인에게) 안 보여줬어요. 관객에게도 그 단서가 노출되면 서스펜스가 줄어들어요. 관객이 해치라는 인간이 궁금해 미치기를 바랐어요.”
‘왜 저런 행동과 말을 하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만들고 싶었다고. 류 감독은 “빌런 감추기를 했다면 저는 지는 게임이라 생각했다. 관객도 다 알고 있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며 “서도철(황정민 분)이 해치가 뿌린 ‘살해 예고 동영상’을 접하고 추적하면서 감정적인 혼란을 겪는 게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베테랑2’는 지난 21일 개봉 9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보다 빠른 속도다. ‘베테랑3’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해치에 관한 스크립트는 하나 있어요. 많이는 말씀 못 드리지만, (‘베테랑3’이) 구현된다면 1편에서 중요한 인물이 해치의 성장 과정과 연결된 이야기가 펼쳐질 겁니다.”
누구일까. 관객에게 다시 질문이 던져졌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