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어요. 공교롭게도 딱 4월 16일에 한국 콘서트 첫 공연을 개최해 저희도 깜짝 놀랐죠.”(MBC 관계자)
2017년 4월 16일 잠실 주경기장. 당시 ‘어 헤드 풀오브 드림스’ 월드투어 일환으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던 콜드플레이는 히트곡 ‘옐로’를 부를 때 “10초만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노란 리본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지금 부를 곡이 세월호 추모일을 맞아 부르는 노래거든요. 우리 모두 10초 동안 잠시 멈추고 묵념할게요.”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이날은 콜드플레이 공연일이 아니었다. 당초 이들의 콘서트는 4월 15일 단 하루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21세기 가장 성공한 밴드’라는 닉네임답게 이들의 역사적인 첫 내한 소식에 ‘피켓팅’(피 튀기는 예매 전쟁)이 펼쳐졌고 “제발 티켓을 사게 해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당시 공연 주관사인 현대카드는 공연을 1회 추가하면서 ‘세월호 참사 3주기 공연’이 성사됐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25년 4월 16일 경기 고양 종합운동장. 콜드플레이는 8년만에 다시금 내한 공연을 펼친다. 월드투어 ‘뮤직오브더스피어스’ 일환이다.
규모도 역대급이다. 2017년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10만 관객을 열광케 했다면 이번에는 4월 16, 18, 19, 22일 4회 공연이다. 회당 5만명씩 약 20만 규모다. 내한 공연을 갖는 해외 밴드가 20만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미심장한건 첫 공연 날짜다. 4월 16일.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되는 날이다. 물론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내한 공연을 갖는 해외 밴드가 평일인 수요일에 첫 공연을 개최하는 건 당일치기 1회 공연을 제외하면 드문 현상이다. 통상 같은 도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개최할 경우 휴일을 두지 않고 연이어 공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공연을 공동 주최 및 주관하는 MBC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4월 16일 공연은 아티스트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도 깜짝 놀랐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콜드플레이도 그 날을 기억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2017년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픽스유’는 상실을 노래한 곡이고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내일, 우리도 한국인의 슬픔에 대해 공감하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MBC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 대관할만한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콜드플레이가 한국공연을 하지 못하자 ‘코리아 패싱’ 밴드라는 이미지가 붙여졌다. 하지만 이미지와 달리 이들은 ‘친한파 밴드’”라고 강조하며 “4회 연속 공연 역시 아티스트의 의지”라고 귀띔했다.
아랍에미리트, 인도, 홍콩 공연과 함께 일정이 발표된 한국 공연은 ‘뮤직오브더스피어스’ 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그만큼 역대급 물량 투입이 예고됐고 내로라하는 게스트가 출연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방탄소년단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2021년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곡으로 그 해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2022년에는 맏형 진의 솔로 싱글 ‘디 애스트로넛’ 작업에도 참여했다. 진은 그 해 입대 전 콜드플레이의 아르헨티나 공연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더 중요한건 이들이 한국인의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이 다른 세계적인 밴드의 진심이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