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추석 연휴가 성큼 다가왔다. 요일만 잘 맞춰 연차를 쓴다면 최대 10일까지 쉴 수 있는 꿀휴가를 맛볼 수 있다. 누구는 항상 그래왔듯 귀성길에 오를 것이다. 주변에서는 여행을 떠난다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이때만큼은 집에서 뒹굴며 집돌이·집순이를 자청하기도 한다.

각 방송사는 추석 특집 영화들을 예고했다. OTT 플랫폼들도 앞다퉈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줄줄이 내놓았다. ‘집콕’ 자들을 위한 집안 영화관 개봉박두!

그런데 이왕 쉬는 하루, 선선한 가을 날씨까지 이어진다는데 집 밖으로 나와 극장으로 향하는 건 어떨까?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들이 극장가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3년 전부터 한국 뮤지컬은 K-콘텐츠의 소속에서 독립해 K-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개척했다. 중소극장의 열악함은 여전하지만, 대극장의 스케일은 브로드웨이 수준을 넘본다.

정통 뮤지컬배우들을 긴장케 하는 인기 배우들부터 아이돌 가수까지 무대에 서고 있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팬까지 끌어들여 티켓파워를 증명한다.

◇ 오스칼부터 묵찌빠 아저씨까지…가족·연인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

뮤지컬의 스토리를 몰라 주저하고 있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훑어보자.

먼저 어릴 적 한번쯤 봤을 애니메이션이 뮤지컬로 재창작한 무대를 감상해보자. 한창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베르사유의 장미’는 제목부터 남녀노소 익숙하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서 살아가는 오스칼과 그의 곁에서 그저 바라만 보는 앙드레의 스토리다.

오스칼 역을 맡은 옥주현의 파워풀한 보이스로 공연 초반 ‘옥주현을 위한’ 작품이라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오스칼인 김지우의 에너지에 매료돼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광클해도 티켓을 손에 넣으려면 대기번호 ‘12579’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도 있다.

빔까지 쏘는 화려한 무대는 ‘EMK가 EMK했다’라는 호평을 이끈다.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니 가족이 오순도순 나서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각종 SNS에서 복화술로 화제를 모은 ‘묵찌빠 아저씨’ 최재림이 출연하는 ‘시카고’도 있다. 최정원, 정선아, 아이비 등 화려한 캐스트들이 등장해 정열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놓친다. 보러 갈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는 아예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성행 중인 ‘시카고’는 오는 29일 막을 내린다.

연극과 뮤지컬의 중심 대학로의 문화의 거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11일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에서 대장정을 시작한 ‘조로:액터뮤지션’은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객석을 뛰어다니며 공연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다른 액터뮤지션으로 진행한다. 또한 영국 제작자들이 직접 참여해 런던을 그대로 옮겨와 K-뮤지컬을 색깔을 입혔다. 영국 무대에서 볼 수 없던 부채춤 등의 안무가 추가된 건 꿀정보다.

중극장의 다소 규모가 작은 공연이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극의 감정선을 살리는 현란한 노래와 춤은 무대가 좁다고 느껴질 정도다. 또한 김승대, 홍륜희 등 대극장 배우들이 캐스팅돼 배우들의 실력은 검증됐다. 아스트로 MJ와 DKZ 민규도 출연하니 배우가 된 ‘우리 오빠’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밖에도 ‘하데스타운(샤롯데씨어터)’,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광림아트센터)’, ‘킹키부츠(블루스퀘어)’ 등이 대극장을 채우고 있다.

대학로에서는 여전히 ‘빨래(인터파크 유니플렉스)’와 ‘김종욱 찾기(브릭스씨어터)’가 공연 중이다. 링크아트센터에서의 ‘박열’과 ‘사의 찬미(링크아트센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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