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범인은 내부에 있다. 범인은 누굴까.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1루 더그아웃. 벽면에 희한한(?)게 붙어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바로 키움 내야수이자 캡틴 송성문(28)의 생일 기념 부채가 아닌가.

더그아웃에만 붙어있는게 아니란다. 더그아웃을 들어오는 입구 앞에도 있고, 키움 선수단 라커룸에도 붙어있다고 한다.

이를 붙인 범인을 찾고자 수소문해봤다. 키움 포수 박성빈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선수들이 붙인 건 맞다”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에게 물으니 “나도 지금 처음 봤다”며 놀란 뒤 “내가 붙인 건 아니다. 아마 송성문 본인이 붙인게 아닐까. 그럴 가능성은 높다”라며 웃었다.

결국, 당사자 송성문에게 물었다. 송성문은 “모르겠다. 나도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알려주셔서 봤다”며 활짝 웃은 뒤 “투수조가 붙였을 것 같다. 투수들은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며 범인 풀을 좁혀나갔다.

해당 부채는 송성문의 생일이던 지난달 29일 송성문 팬이 보낸 커피차와 함께 온 부채로, 키움 선수들이 이를 ‘부적’처럼 고척돔 곳곳에 붙여놨다.

홍 감독은 “더그아웃은 선수들의 공간”이라며 “선수들이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걸 붙여도 된다”며 송성문 부채가 붙어있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 송성문은 타율 0.340, 17홈런, 1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25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 내에서도 가장 잘 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키움 선수단은 이런 송성문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마치 ‘승리 부적’처럼 고척돔 곳곳에 붙여놨다. 그만큼 개인 성적 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 신망이 높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키움 관계자는 “아마 다른 누군가 떼지 않는 이상, 이 부채는 계속해서 고척돔 곳곳에 붙어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록, 범인 색출엔 실패했지만 그게 대수인가. ‘송성문 부채’ 하나로 대동단결한 키움 선수단의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