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 창작 뮤지컬이 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기가 지속 상승하면서 ‘K-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해외 뮤지컬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이젠 뮤지컬을 수출한다. 최근 일본 뮤지컬시장에 진출한 뮤지컬 <엑스칼리버>, <시스터액트>, <사랑의 불시착> 등은 첫 공연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인 토니상을 수상했다.

국내 뮤지컬 대형기획사의 새로운 시도와 정부, 문화예술업계의 지원사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에서 열린 ‘제4회 K-뮤지컬국제마켓’에는 국내외 뮤지컬 전문가·투자자가 참석해 한국 뮤지컬 정보를 교류한 바 있다.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달까지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200억 원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뮤지컬 <시카고>, <프랑켄슈타인>, <4월은 너의 거짓말>, <영웅>, <하데스타운>,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등이 승승장구 중이고, 올겨울 블록버스터 뮤지컬 <알라딘> 개막이 예고돼,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뮤지컬 제작사의 기획력과 음악·연출 감독의 예술성, 실력파 배우들의 등장으로 꾸준히 티켓파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20만 원에 가까운 티켓값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은 여전하다. 중소제작사의 경우 특정 인기 배우를 섭외해 성장 속도를 높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그래서 새로운 뮤지컬이 정식 무대에 오르기 전, 먼저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언론과의 만남인 기자간담회, 넘버(노래)만 영상으로 공개하는 시츠프로브가 대표적이다. 또 관객들을 초대해 맛보기 공연을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있다.

◇ 완벽한 작품 위한 첫 걸음마 ‘리딩 쇼케이스’

쇼케이스는 ‘뮤지컬 덕후(이하 뮤덕)’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뮤덕들이 신작을 가장 먼저 접할 기회를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작품을 보고 관심을 가진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중소제작사로서는 기회의 장이다. 그래서 무료 공연으로 진행하고, 자리는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그런데 쇼케이스도 결국 돈 들어가는 사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중소기획사로서는 부담을 느낀다. 최근 정부와 문화예술업계에서 공연문화 활성화와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어,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2~1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뮤지컬 <뤼미에르>의 리딩 쇼케이스(Reading Showcase)가 열렸다.

뮤덕들에게는 리딩 쇼케이스가 익숙한 자리이지만, 이제 막 뮤지컬에 입문했거나 어쩌다 뮤지컬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단어다.

리딩 쇼케이스는 정식 공연 전 무대 장치 없이 약 80분 동안 무대를 펼친다. 배우들은 대본과 악보를 보며 연기 및 노래를 시연한다.

리딩 쇼케이스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 형태로, 완벽한 무대나 의상 등을 볼 수 없다. 스토리를 재구성하거나 넘버 수정 가능성이 있어, 공연 일정·장소·배우가 확정된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기획·제작사는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스토리나 넘버를 고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섣부른 시도는 피한다.

본 공연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단순히 의자에 앉아 진행하는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어설픔은 덜하다. 스토리의 핵심을 전달하고 싶을 땐 무대와 소품을 적절히 이용한다. 즉, 작은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설문 또는 감상평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 그러면 제작사와 작가, 음악감독 등이 이를 반영해 완벽한 작품을 위한 제작 과정에 돌입한다.

한편 뮤지컬 <뤼미에르>는 KT&G 상상마당이 운영하는 공간 지원 프로그램 ‘제5회 퍼포먼스 챌린지’의 최종 4개 선정작 중 하나다. 1890년 유럽, 가족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형’ 오귀스트와 에디슨의 미완성 영사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동생’ 루이의 성장 드라마다.

언제, 어느 배우와 함께 정식 무대에 오를지 정해진 바는 없다. 하지만 뮤지컬 <뤼미에르> 제작사 붕우의 김형주 CEO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CEO는 이번 리딩 쇼케이스를 통해 극 중 루이를 보호하는 ‘누나’ 마리의 대사를 인용해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을 “이제 (뮤지컬 <뤼미에르>의)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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