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 기자] 지금은 생존이 걸린 시즌 막판이다. 더 이상 심판 판정이 성적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대전하나시티즌과 전북 현대의 K리그1 31라운드 경기가 열린 22일 대전월드컵경기장.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대전 팬은 심판을 향해 야유했다. 자질을 의심하는 외침도 나왔다. 이해할 만한 반응이었다. 대전은 이날 심판 판정에 불만을 느낄 만했다.

대전은 후반 추가시간 3분 스트라이커 구텍을 잃었다. 구텍은 아크서클 근처에서 박진섭과 공중볼을 놓고 경합했다. 주심은 이 과정에서 구텍이 심한 반칙을 했다고 판단해 레드카드를 꺼냈다. 구텍을 최전방에 세워 한참 공세를 펼치던 대전은 김이 빠졌고, 결국 득점하지 못했다.

주심은 경기 내내 관대하게 판정했다. 특히 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전북 수비수 김태현이 김준범을 향해 발을 높이 들고 태클한 장면에서 옐로카드를 꺼낼 정도로 비교적 느슨하게 규칙을 적용했다. 일관성 면에서도 구텍의 퇴장 결정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구텍이 박진섭과 부딪힐 때 팔꿈치를 고의로 휘둘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느린 그림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점프를 하다 팔이 박진섭의 얼굴에 닿은 것처럼 보인다. 상대를 해치기 위한 것보다 도약하는 과정에서 팔을 쓴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오히려 김태현의 깊은 태클이 퇴장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김준범은 반칙을 당해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분명 심각한 반칙이었는데 주심은 VAR까지 실시한 후 원심인 옐로카드를 유지했다. 구텍을 퇴장시킬 정도의 엄격한 기준이면 김태현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어야 자연스럽다.

퇴장 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구텍은 경기 후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하기도 했다. 구텍만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경기 후 대전의 황선홍 감독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영상을 봐야 할 것 같다. 존중은 하겠지만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에둘러 아쉬움을 토로했다. 규정상 대놓고 판정을 비판하지 못했지만, 분명 여운이 남은 모습이었다. 대전 구단 관계자도 “이 정도면 사후 감면을 예상해도 될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프로축구 심판 배정 및 교육을 담당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판정 논란은 더 증폭하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는 심판을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VAR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오심이 난무하는 상황에 심판의 기량 미달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졸속 행정에 손가락질받는 협회는 오심을 숨기기 급급해 논란만 키운다.

K리그 팀은 심판 판정에 웃고 운다. 작은 판정 하나가 성적, 순위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대전과 전북은 강등권에서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2부 리그인 K리그2로 강등당할 수 있는 시점에 나온 심판 판정 시비는 어느 때보다 달갑지 않다. 심판은 자신의 판정 하나에 따라 시즌 전체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