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삼성이 그룹 내 홍보계열사 제일기획 해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스포츠계 역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일기획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남녀 농구, 남자배구 등 삼성이 지원하는 각종 프로스포츠 구단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내 스포츠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유력한 결론은 어떤 것일까. 5개 구단을 운영하면서 한국 프로스포츠 패러다임을 좌지우지하는 곳이 삼성이란 점을 볼 때, 궁금증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제일기획 매각 가능성 첫 시인제일기획은 지난 17일 해외 매각 추진설에 대한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주요 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면 재공시할 것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공시가 매각 논의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가부터 폭락했다. 17일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11.08% 하락한 1만7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튿 날인 18일엔 1.70% 상승하며 소폭 반등했으나 매각 방침에 따라 주가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삼성그룹이 제일기획 지분 28.44%를 세계 3위 광고기업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파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야구단 인수 두 달 만에…또 한 번 요동치나제일기획은 지난 2014년 4월 축구단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필두로 서울 삼성 썬더스 남자농구단과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 여자농구단,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남자배구단을 차례로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삼성 라이온스 프로야구단까지 편입시키며 삼성그룹 내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을 확보하게 됐다. 우승에 집착했던 과거 개념에서 벗어나 수익과 경영에 초점을 두면서, 마케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제일기획이 각 구단을 통합 경영하게 된 것이다. 국내 스포츠계는 전력 약화를 걱정하면서도 긴 안목으로 자생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스 인수 불과 두 달 뒤 제일기획의 매각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삼성 내 프로스포츠 구단에 대한 논의와 우려가 다양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연간 1000억원’ 스포츠단, 분리 운영 유력
업계에선 프랑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을 인수한다고 해도 5개 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프로스포츠에 연간 1000억원을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기업이, 특히나 외국 기업이 연간 대규모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프로구단을 운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각 구단 관계자도 “한국 기업도 아니고 외국 법인이라면 스포츠 구단들을 인수 대상에서 뺄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삼성이 스포츠단을 그룹내 다른 계열사로 이관하는 방법, 제일기획 해외 사업 부문만 프랑스 회사에 분할 매각해 스포츠단은 지속 운영하는 방법, 제일기획이 전부 매각되도 스포츠단 중심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5개 구단 중 가장 비중이 큰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는 “매각이 진행되어도 스포츠단은 분리될 것 같다”며 “새로운 기업이 프로야구를 인수한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새로 가입해야 하고 가입비도 다시 내야하는 등 절차적 문제도 복잡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일기획에 가장 먼저 인수된 수원 삼성 블루윙즈 측도 “특히 야구단과 축구단은 독립법인이라 제일기획과 거취를 함께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영에 대한 다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적자생존 예외 없다…경영 효율화 더 요구될 듯다만 삼성내 각 구단에 대한 ‘자생’ 요구는 더 강화될 수 있다. 이번 제일기획 매각 움직임 역시 ‘포스트 이건희’ 체제에서 강화되고 있는 경영 효율화, 적자생존 일환으로 봐야 한다. 삼성이 대내외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사회공헌 측면도 갖고 있는 프로스포츠단을 완전히 접기는 사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시로 경영 효율화 대상엔 어떤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한 만큼, 각 구단에도 자생을 더욱 강도 높게 주문할 수 있다. 프로구단 운영을 목적으로 한 법인을 별도로 만든다면 그야말로 ‘생존의 시대’에 접어드는 셈이 된다. 또 서로 종목은 다르지만 5개 구단 경영을 비교해 존폐 및 지원 규모에 차등을 둘 수도 있다. 삼성이 움직이면 다른 구단들도 움직인다. 그게 지금까지 한국 프로스포츠계 상식이었다. 제일기획 해외 매각 추진이 국내 프로스포츠계에 어떤 화두를 던져줄 지 흥미롭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