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
NC 다이노스 구창모가 26일 마산 구장에서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6.05.26. 창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알에서 깨어난 NC의 샛별 구창모(19)가 구멍난 선발진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구창모는 23일 마산 KIA전에 선발등판해 5.2이닝 동안 무려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선발 2승째를 신고했다. 지난 17일 삼성전에서는 초보 선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볼넷을 남발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면 이날 경기에서는 한결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미래 좌완 에이스로서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투구수 97개 중에 스트라이크가 61개로 공격적인 피칭과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1회 첫 타자 김호령을 투수땅볼로 직접 태그아웃시키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구창모는 두번째 타자 임정우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주찬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4번타자 나지완을 역시 포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솎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2회엔 고비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만루 위기를 넘겼다. 무사 1루에서 강타자 브렛 필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주형에게 안타, 백용완을 4구로 내보내 1사 만루가 됐지만 최병현을 삼진, 김호령을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구창모가 위기를 넘기자 NC 타선은 테임즈의 만루홈런과 박석민의 백투백 홈런으로 5점을 뽑아내며 어린 투수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이후 5회까지 매회 삼진을 곁들이며 큰 위기 없이 KIA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투구수 97개가 되자 김경문 감독은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장현식을 구원등판시켜 이닝을 매조지했다.

지난해 NC 2차 1번 지명을 받고 입단한 구창모는 2군에서 담금질을 한 뒤 올해 처음 1군 무대에 섰다. 좌완 불펜으로 3점대 방어율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하며 1군 무대 적응을 시작한 그는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서 지난 12일 잠실 LG전부터 선발로 전환했다. 그러나 19살 어린 나이에 선발의 무게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첫 선발 등판에서 2.2이닝 2실점하고 조기강판되는 수모를 당하며 선발의 어려움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19일 삼성전에서도 경기 시작 후 스트라이크 없이 내리 10개의 볼을 던지는 등 볼넷을 6개나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어쨌든 5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버텨내며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구창모가 지난 경기에서 볼넷을 많이 내주며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면서 승리를 거뒀으니 오늘은 잘 던져줄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내비쳤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투해줬다. 지난 17일 첫 승은 삼성 타선의 성급한 승부가 도움을 줬다면 이날 KIA전 승리는 구창모 스스로 이겨냈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

좌완이면서 직구 최고구속은 145㎞에 이르렀고, 스트라이크 47개에 볼15개로 제구도 이상적이었다. 투수판 1루쪽 모서리를 밟고 던지는데 우타자 바깥쪽 공은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볼이었다. 최고구속 118㎞의 커브도 낙차가 커 카운트를 잡는데 이상적인 구종으로 평가받았다. 아직 선발로 전환한 지 얼마 안돼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자 곧바로 강판시켰는데 앞으로 경험만 좀 더 쌓이면 NC 선발진의 한 축으로 더 큰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구창모는 “첫 선발 경기 후 용덕한 선배가 좋은 얘기를 해줬고, 오늘도 태군이 형을 믿고 경기에 나갔다. 위기 상황이 있었을 때 저번 경기처럼 감독 코치님이 믿어주셔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주 첫 경기를 내가 승리를 만들어서 기분이 좋고, 이번 주 마지막 경기에도 선발로 나와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환범기자 whit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