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이 인도에서 있었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던 스페인 인플루언서 부부가 인도에서 남성은 집단폭행을, 여성은 집단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부부가 직접 곧바로 SNS를 통해 알렸고, 인도 경찰은 즉시 사건 용의자들 체포에 나섰다.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자 스페인 정부가 인도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 뉴스가 나온 후 필자 주변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역시 인도는 여성이 여행하기에는 위험한 곳”이라던가, “인도 전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텐트에서 자려고 한 것이 위험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그중 필자가 신경쓸 만한 발언도 있었는데, “남편이 같이 있어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구나”와 “이런 일 때문에 기본적인 호신술을 좀 배우고 여행을 가는 것이 좋다”는 얘기들이었다. 굉장히 위험한, 호신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나오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예전 필자의 글 중에 “미국에 가면 키아누 리브스가 필자보다 호신술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 내용이 있다. 이유는 필자는 총을 쏴 본 경험이 영화 준비를 하며 다양한 총으로 실탄 사격을 무수히 해 본 영화배우보다 훨씬 적은(군 경험뿐) 데다, 미국은 총으로 위협받고 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자. 텐트를 치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건장한 남성 8명이 흉기를 들고 들이닥친다. 이런 상황에 대한 호신술을 가르치는 곳을 본 적이 있는가? 두 사람 모두 싸울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닌, 한 사람이 다수를 상대로 싸우면서 나머지 한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연습시키는 곳을 본 적이 있는가? 영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고, 또 주인공이 멋지게 적들을 소탕하지만, 현실은 이런 상황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이라고 한 말이 화제였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처음 출시가 됐을 때 열광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뭐 저런 거까지 필요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이는 다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호신술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런 대응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스스로 그 상황을 상상할 수도, 그 대응법이 필요한지도 일반인들은 알지 못한다다.
필자가 가르치는 무술은 눈을 찌를 수도 있고, 머리채를 휘어잡아도 되며, 남성의 경우 급소를 공격해도 된다. 꼬집거나 할퀴어도 되고 악력이 좋다면 잡아뜯어도 된다. 또 한 명을 상대로 여러 명이 공격해도 되고, 상대의 피지컬이 본인보다 훨씬 좋다면 무기를 활용해도 된다.
중요한 점은 ‘내가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다’가 아니라 ‘상대가 이런 방법으로 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야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비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써야 할 경우가 생긴다. 격투 경기와 기술과 길거리에서의 호신술 방법이 나누어지는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다.
최근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위험한 상황에서의 대처까지 고려해 알려주는 좋은 단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무대에 올라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 격투 스포츠도 좋지만 이런 단체의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협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시야가 많이 넓어질 것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