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11회말 1사1루 끝내기 안타를 친 KIA 버나디나가 경기 후 김기태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외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어름사니 같던 KIA가 정규시즌 우승 확률 100%인 80승 고지에 선착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한 발 다가섰다. 17일 광주 kt전에서도 보여줬듯이 놀라운 응집력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KIA는 지난 13일 문학 SK전,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SK전에서는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고 롯데전에서는 9회말 맞은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KIA가 패할 때마다 2위 두산도 함께 져 승차는 유지됐지만 ‘1위 답지 않은 1위’라는 조롱이 따라 붙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 16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었다. 실제로 웬만한 시련은 덤덤히 넘길 맷집도 생겼다. 하지만 6~7점 차 승부를 지키지 못한 것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시련이었다. 미안하다. 감독이 더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불펜진의 잇딴 붕괴가 상상 이상의 충격파로 다가왔다는 것을 시사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수단의 표정이었다. 경기 흐름상 연패에 빠질 수 있는 충격을 받았을텐데도 워밍업 때부터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베테랑들은 내성도 강하고 후배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표정관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젊은 선수들을 보면 팀 색깔이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자’는 쪽으로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고졸 2년차 최원준은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어제(13일 SK전) 경기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경기이든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에는 깨끗이 잊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7점차 역전패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을텐데 이날 KIA는 1회초 공격만 41분간 진행하며 7점을 몰아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SS포토]솔로 홈런 KIA 나지완, \'1점 더 추가요!\'
KIA 나지완(왼쪽 두 번째)이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와 KIA의 경기 6회초 2사 롯데 박시영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나지완의 시즌 23호 홈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16일 광주 kt전도 마찬가지다.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광주로 돌아왔는데 선수들은 평소와 똑같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러더니 3회말 kt 선발 박세진을 녹아웃 시키며 9점을 몰아쳐 승기를 잡더니 경기 막판까지 맹공을 퍼부었다. 타선이 폭발한 다음 경기는 불펜이 난타 당하는 이른바 ‘퐁당퐁당’ 경기가 징크스처럼 따라붙을 법 했지만 17일 kt전에서도 나지완의 2점 홈런과 이범호의 2타점 적시타로 4-3 재역전승을 따냈다.

4회말 무사 1, 3루에서 3루주자 김주찬이 상대 견제에 걸려 횡사했고 1사 2루에서 최형우의 중전안타 때 홈을 파고들던 로저 버나디나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홈에서 객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이 상황을 나지완이 홈런 한 방으로 깨끗하게 정리했다. 6회초 역전을 허용해 2-3으로 분위기를 내주는 듯 하던 7회말에는 희생번트에 실패한 서동욱이 좌중간 2루타로 기사회생했고 이범호가 우전 2타점 적시타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임창용과 김세현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도 이 전경기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해 팀 승리까지 지켜냈다.

베테랑을 중심으로 강한 응집력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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