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파란 하늘로 다가온다. 서서히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나무나 동물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런 가을의 기온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속담 중 하나가 ‘귀뚜라미가 힘차게 울면 따뜻하다’이다.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가을을 가져다 놓고/ 저렇게 굴리어다 놓고 / 둘러앉아서 모두들 둘러앉아서 /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이원섭의 시 ‘귀뚜라미’)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귀뚜라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귀뚜라미가 기운차게 우는 걸 보니 오늘밤은 따뜻하겠구나.” 초가을에 큰 소리로 기운차게 울던 귀뚜라미는 늦가을로 갈수록 울음소리가 작아진다. 귀뚜라미는 냉혈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은 항상 주변 온도와 같다. 그래서 외기 온도가 높아지면 활기가 넘치지만 반대로 외기 온도가 낮아지면 위축된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귀뚜라미가 기운차게 운다는 것은 아직 늦가을의 추위가 다가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귀뚜라미는 앞날개에 50~250개의 이빨 같은 것이 돋아나 있는데, 이것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아름다운 소리(울음)를 만들어낸다. 귀뚜라미가 가장 활동적이며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의 온도는 24℃ 정도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9월경이 이 온도를 보이므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바로 초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곤충학자들이 조사해보니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온도에 따라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한다. 즉,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14초 동안 세고 40을 더하면 그때의 화씨온도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가 14초 동안에 서른다섯 번을 울었다고 한다면 화씨온도는 75도가 되는데, 이를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24도가 되는 것이다.

귀뚜라미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즉 처음 한두 마리가 울 때는 소리가 제 각각이지만 여러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서부터 신기하게도 박자와 음색이 일치한다. 물리학에서는 이렇게 동시에 같은 박자로 운동하는 현상을 ‘동기화’라고 한다. 귀뚜라미와 함께 어느 순간부터 같은 박자로 불을 깜박이는 반딧불도 동기화의 대표적인 곤충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