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염경엽 단장이 1일 문학 삼성전에서 이승엽의 은퇴 선물을 준비하고있다. 2017.09.01.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2000년대 중후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SK가 2010년 이후 8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이제 ‘제 2의 왕조’를 부르짓고 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에서 자연스럽게 염경엽 신임 감독 체제로 이어지게 된 ‘비룡군단’은 장기집권까지 꿈꾸고 있다.

SK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해 넥센을 꺾고 한국시리즈(KS)에 올라갔다. KS에선 올시즌 절대 1강의 자리를 지키던 두산을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꺾고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우승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홈에서 PO 1, 2차전을 내리 잡고 손쉽게 KS행 티켓을 거머쥐는 듯 했지만 적지에서 3, 4차전을 내주고 홈으로 돌아왔다. 5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한 것이 KS를 앞두고 강한 예방주사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내려놓는 게 무엇인지, 단기전에서의 집중력이 어떤 것인지 체득한 SK는 두산과의 KS에서도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SK의 1대 왕조의 주역인 김강민도 우승 후 “PO에서 3연승으로 KS에 올라왔다먼 우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PO에서 5차전까지 치르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KS에 올라갔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우승하는 과정에서 주전, 비주전을 가릴 것 없이 고르게 제 몫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한동민은 KS 1차전 선제 투런포와 KS 6차전 연장 결승 솔로포까지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KS 4차전 선발등판했던 김광현도 KS 6차전에 마무리로 나서 우승을 결정짓는 세이브를 기록했다. 부진에 시달리던 최정은 KS 6차전에서 패색이 짙던 9회 2사에서 동점 솔로포로 강렬한 한방을 날렸다. 이재원은 PO에서의 부상 여파에도 투혼을 발휘해 안방을 지켰다. 정영일이 부진했던 신재웅 대신 뒷문지기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고 김태훈이 필승 셋업맨의 위용을 과시했다. KS 2경기에 선발등판한 박종훈과 KS 6차전 승리를 챙긴 문승원도 빼놓을 수 없다. PO부터 젊은 선수들을 이끈 박정권과 김강민은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하며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신·구 조화 속에 챔피언이 된 SK는 이별을 예고한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발빠르게 염 전 단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년 동안 힐만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선수단 변화를 주도했던 염 감독이기에 차질없이 정권이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염 감독은 넥센 사령탑 시절 젊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기회를 줘 안착시킨 지도자다. 세대교체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SK 입장에서 최상의 선택이다. 염 감독도 단장 시절 “팀 선수 구성을 보면 SK가 두산과 함께 달려야 한다. 이 선수들이 단기전 경험을 쌓아 한 단계 성장하면 2000년대 후반 누렸던 왕조 지위를 되찾아 올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제 단기전 최고의 결실인 우승을 맛봤으니 왕조의 지위를 되찾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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