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청하, 늘씬한...부츠 스타일링~!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MNH엔터테인먼트. 대중에겐 낯선 회사 이름일 수 있 있지만 최근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중소 기획사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프로듀스101 출신 여자 솔로 가수 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청하의 소속사다.

MNH를 이끌고 있는 이주섭 대표는 이력이 특이하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2PM 매니지먼트 팀장을 역임한 그는 MNH를 설립하기 직전 천안에서 1년간 빵집을 운영하기 했다. 그는 ‘JYP 출신’으로서 배운게 적지 않다고 했다.

MNH를 설립한 뒤 서울 성산동의 인적 드문 동네, 1층에 세탁소가 있는 허름한 건물의 지하실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빌려 그곳에서 청하를 키워낸 그는 오는 4월 새로운 걸그룹을 런칭한다. 이 대표는 새 걸그룹에 대해 “멘탈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3년 퇴사후 천안에서 빵집을 운영한게 특이하다.

2013년 JYP를 퇴사한 뒤 원래 부모님을 도와 오이농사를 지으려 했다. 아내는 농사를 짓기 힘들 것 같아서 빵집을 하려고 가게를 계약했는데 그 무렵 아내가 임신을 했다. 빵집을 운영할 수 없게 돼 내가 오이 농사를 미루고 빵집을 운영하게 됐다.

빵집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엔터 업계를 떠나보니 그리워지더라. 이게 내 길이었구나 싶었다. 1년쯤 지나니 여기저기서 좋은 제안이 들어왔고, 그래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지금 회사인 MN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게 됐다.

-MNH엔터테인먼트 설립 초기엔 고전했다고 알고 있다.

2014년 회사를 설립할 때 나와 캐스팅 직원 단 두 명 뿐이었다. 사무실도, 연습실도, 연습생도 없었다. 설립은 했는데 힘들더라. JYP에 있을 때는 이미 만들어진 좋은 자원만 보다가 이제 직접 내가 자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신생 회사이니 캐스팅을 시도하다가 거절도, 무시도 많이 당했다.

초반 8~9개월 동안 전국을 돌면서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한명도 잡지 못했다. JYP에 있으면서 내가 원하는 인재에 대한 기대치, 눈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상태이니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그런데 내가 다녀보며 깨달았다. JYP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좋은 자원을 찾는 것 자체가 회사의 노하우이자 힘이었던 것이다.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으니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

2015년 8월 드디어 첫 연습생이 생겼다. 4명을 캐스팅했는데 일주일만에 두명이 도망갔다.(웃음) 한편으론 이해가 가더라.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도 희망이 보여야 우리와 함께 할텐데 회사는 서울 성산동 허름한 건물의 지하실에 있었다. 1층엔 세탁소가 있었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짜리였다. 연습실과 사무실이 한 공간에 붙어있었다. 직원은 단 두명 뿐이었다.

2015년 하반기와 2016년초 3명을 추가로 캐스팅했다. 직원수는 줄이더라도 연습생 가르치는 데는 인색하지 말자는 생각에 연습생들의 실력 향상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런 점은 지금도 잘했다 싶다.

-청하는 언제 회사에 들어왔나.

2015년 가을께 청하를 캐스팅했다. 청하도 처음엔 막막했을 것이다. 청하가 왔을 무렵 연습생 4~5명 정도가 있었는데 청하에 비하면 초보자 수준의 실력이었다. 청하의 멘탈도 대단하다. 날 보고 우리 회사를 선택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청하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회사다. 지금 환경도 열악하다. 그러나 나는 1등 가수를 기필코 만들어 낼 것이다. 회사가 작다고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내 유일한 관심사는 좋은 팀, 슈퍼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난 연습생들과 1년 단기계약만 맺었다. 2~3년씩 계약하면 부모님이나 연습생 본인도 불안할 수 있어서였다. “내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1년 후 판단해 달라. 1년만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날 믿어달라. 1년후에도 믿음이 간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재계약 도장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 연습생 재계약 비율은 80% 이상이다. 청하가 잘 된 뒤엔 회사에 대한 연습생들의 믿음이 높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0304) MNH엔터 첫 걸그룹 커밍순 이미지
MNH엔터 첫 걸그룹 커밍순 이미지. 사진 |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청하의 첫인상은 어땠나.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첫인상은 다부졌다. 자신감, 자존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처음부터 확신이 들었던 건 아니다. 첫눈에 예쁘다는 느낌을 받지도 못했다.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의 경우 한번 포기를 결심하면 생각이 안나는데 청하는 계속 잔상이 머릿 속에 남았다. 오디션 영상을 세번째 돌려볼 때 ‘에라 모르겠다. 이 친구는 잔상이 남으니 뽑자’ 싶었다.

2015년말 엠넷 프로듀스101에 출연시킬 때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최종 11명에 포함되는 것보단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프로그램 출연 3~4개월 전에 계약했기에 나도 청하에 대한 파악이 다 안 돼 있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며 깜짝 놀랐다. 춤이 강점이라 생각했는데 목소리 톤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청하는 아이오아이 활동 이후 걸그룹이 아니라 솔로로 데뷔했다.

원래 걸그룹 멤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연습생들이 준비가 안돼 있었다. 어설프게 팀을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청하가 아이오아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막막했다. 그래서 청하에게 “다른 멤버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솔로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했는데 이젠 솔로 가수로 확고히 자리잡게 됐다.

-청하가 솔로 가수로 성공한 이유는.

일단 춤이 되고 노래가 된다. 둘 중 하나에 특화돼 있다면 장르에 한계가 있는데 청하는 뭘 시켜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

처음부터 청하의 콘셉트를 아예 잡지 않았다. 참조한 가수가 없다. 젊고 트렌디한 음악으로 시작해 차츰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는 계획만 있었다.

데뷔곡을 위해 200곡 정도를 수집했다. 예비곡 5~10곡을 추리고 추려서 그 안에서 고민했다. 데뷔곡 ‘와이 돈 츄 노우’는 2017년 2월 받았는데, 고급스럽고 트렌디하지만 공감이 안됐다. 화창한 날 어울릴 거 같은데 추운 날씨라 그랬던 것 같다. 일단 보류시켰는데 대안이 없었다. 4월에 갑자기 더워졌는데 운전하면서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 그때 이 노래에 확신을 얻었다. 2집을 위해선 300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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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H엔터테인먼트 이주섭 대표. 사진 |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청하가 데뷔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 회사 운영이 좀 나아졌겠다.

무시당하는게 일상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일하기 편해졌다. 확실히 신인 개발이 용이해졌다. 여러 아카데미에서 먼저 오디션 요청을 해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우수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지하 연습실은 그대로인데 지난해 8월 사무실은 다른 공간으로 옮겼다. 이제 비지니스미팅을 할 때 상대를 회사 사무실로 부를 수 있을 정도는 돼 다행이다.(웃음)

-4월에 새 걸그룹을 선보인다.

늘 살얼음 위다. 엔터 업계는 어제 잘됐다고 오늘, 내일 잘되리란 법이 없다. 반대로 이번에 잘 안됐다고 다음에 잘 안된다는 법도 없다. 청하의 성공이 새 걸그룹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는 심사숙고,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신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고 실행하는 스타일이다.

-걸그룹 멤버들 자랑을 해달라.

정말 밑도 끝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회사에서 나 하나만 믿고 4~5년간 따라와준 친구들이다. 어떤 멤버는 청하보다 먼저 들어왔다. 오직 꿈하나만을 위해 모든 걸 참아준 이들이기에 멘탈 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더 좋은 회사, 더 나은 시스템과 환경을 두고 굳이 우리 회사에서 차근차근 과정 밟아왔다. 성공할 수 있는 자질과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중학교 때 우리 회사에 들어와 대학생이 된 친구들이다. 그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나에게 통째로 맡겨준 이들이다. 그 믿음에 보답해줘야 한다. 대중에게 음악으로 각인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무대에서 뭘 표현하는지 아는 팀으로 만들겠다.

-새 걸그룹 어떤 콘셉트인가. 5인조로 결성한 이유는.

멋있는 걸 하고 싶다. 5명의 자신감 넘치고, 활발하고 쾌할한 멤버들이 무대에서 만드는 케미를 기대해 달라. 오래 두고 보고 싶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팀이 목표다. 각각 개성있는 멤버들이 팀으로 하모니를 이룬다. 팀을 만들 때 5명이라고 정한 적은 없다. 마지막에 완성된 팀이 5명이었을 뿐이다.

결국엔 음악적 부분이 중요하다. 우선 좋은 음악으로 인정 받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가수 청하.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