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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방탄소년단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의 문을 두드렸고, 그래미 역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상상의 마지막 조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이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한국가수 최초로 단독 무대를 펼치며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다만,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방탄소년단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수상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무대로 달랬다.

그래미 어워즈는 전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에서 주최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미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4년 연속,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선 3년 연속 수상한 방탄소년단은 이번 시상식에서 그랜드 슬램을 노렸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매년 방탄소년단은 꾸준히 그래미 어워즈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왔다. 제 61회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R&B 앨범’ 시상자로 나섰고, 지난해 열린 제 62회에선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아시아 가수로서 최초로 퍼포머로서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무대를 선보였다. 올해에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오르고 단독 무대까지 선보였고 그 자체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_2021 그래미 어워드_레드카펫_단체(5)

특히 지난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후보자에도 오르지 못하자 다수의 미국 매체들이 이를 지적하며 역설적으로 주류 음악계에서의 자신들의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시상식에서 비록 수상자로 호명되지는 않았지만 쟁쟁한 월드스타들과 나란히 꿈의 무대를 꾸미며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했다.

다만, 그래미는 음악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을 고루 고려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특정 장르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리고 그래미가 변화에 다소 뒤떨어지고 대중적인 인기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도 방탄소년단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은 지난 2019년 그래미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레코딩아카데미 회원이 되며 음악 외적으로도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번 시상식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으로 볼 수 있기에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방탄소년단과 후보에 오른 경쟁자는 누가 받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쟁쟁했고 상을 받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Rain On Me)는 실제로 미국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2021년에도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활동이 예상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음악으로 전세계 음악시장을 뒤 흔들고 그래미를 계속 두드린다면 다음 시상식에서는 분명 올 해와는 또 다른 단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방탄소년단도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 공연까지 펼쳐 매우 영광스럽다.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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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