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뉴스를 통해 각종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것을 보던 필자와 지인의 대화.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드론이 핵심 공격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던데… 만약에 AI가 조종하는 ‘보디가드 드론’이 나온다면, 호신술은 이제 없어지겠지? 내 주변에서 계속 움직이며 날아다니다가 위협 요소가 발견되면 경고를 하거나 곧바로 공격을 해서 나를 보호하는 방식인거지.”
“음… 정말 그런 시대가 오면 이제 해킹 방어 기술이 필수 호신술이 되지 않을까. 이번에 레바논 헤즈볼라가 보유한 삐삐랑 무전기가 동시에 폭발해서 3천 명 이상 사상자가 났던데 그거 이스라엘 정보부의 해킹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잖아. 프로그래밍이 되어있고 통신상에 접속돼 있는 드론이라면 해킹 가능성이 충분하지. 우리 가족 지키라고 주변에 띄워놨는데 갑자기 날 공격하면 그거야 말로 절대 못 막지.”
“하긴 뭐, 총이 날 지킬 수도, 날 해할 수도 있으니까.”
필자는 꽤 오래전 이 칼럼을 통해 ‘최신기술이 오히려 우리를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에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헤드폰처럼 음악감상을 위해 외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기술이 소재였다. 이번엔 ‘드론’이 주인공이다.
드론 기술만큼 21세기에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 있을까. 드론 덕분에 사진/영상 크리에이터들이나 방송사들은 비싼 헬리콥터가 없어도 멋진 항공샷을 찍을 수 있게 됐고, 사람의 접근이 힘든 곳을 탐사하거나, 조난을 당한 사람을 신속히 찾아내고 필요한 물자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농촌에서는 농약을 뿌릴 때 드론을 활용하고 있고,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인기 만점인 것이 드론이다. 이런 다재다능한 드론이 전쟁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히 있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드론을 호신술에 사용한다? 언뜻 그림이 그려지기는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소식도 있었다. ‘지구 충돌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이나 운석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X선을 다량으로 쏘아 맞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는 것이다. 역시 지인과 함께한 짤막한 대화.
“X선을 쏜다… 무협소설 등에 나오는 장풍이나 만화 드래곤볼의 에네르파 같네. 무술을 아무리 익혀도 장풍이 실제로 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컨셉이 실제로 우주과학에 사용된다니 재밌다.”
“장풍이 실제로 가능한 건 아니지만, 소설적 허구를 빼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그 ‘기’라는 게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운’, ‘느낌’이랑 같다고 보면 돼. 예를 들어 너 덩치 작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인가? 그 때까지는 시비도 엄청 걸리고 실제로 많이 싸우기도 했잖아. 그런데 고3때 키가 갑자기 1m86인가까지 자란 뒤로는 오히려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고 했지?”
“아 그때부터는 정말 평화였지.”
“외로워 보이거나, 약해 보이거나, 걱정이 많아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거나, 순진해 보이거나… 주로 이런 사람들이 크고 작은 범죄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많지. 남을 헤코지 하려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맞설 만큼 대범하거나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 봐봐. 다들 약강강약(약한 사람에게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 약하다)이야. 그러니까, 공부하고, 사람들과 잘 교류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현명해 보이고, 강해 보이고,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즐거워 보이고, 빈틈없어 보인다면, 즉 그런 기운을 풍긴다면 나쁜 짓을 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게 되겠냐?”
“그래서 호신술이 필요한거지. 완벽하지 않으니 부족한 부분을 보호해야 하잖아.”
“호신술 어렵네.”
“어렵지.”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