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류(二刀流 )’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 오른손으로 던지고 좌타석에서 친다. 양날의 검처럼.
그런데 오른손잡이는 대개 우타석에 선다. 오른손과 왼손의 힘 차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투좌타’ 오타니는 괴물이 득실한 메이저리그(ML)에서 홈런 1위(NL)에 등극했다.
ML 역대최초 ‘50-50’을 작성한 오타니는 올시즌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에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197안타 59도루 OPS 1.036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OPS는 내셔널리그(NL) 1위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올해 타자에 전념한 결과다.
만약 오타니가 좌타자가 아닌 우타자였다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까?
오타니가 우타가 아닌 좌타를 선택한 이유를 찾아봤다. 스포니치 등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몇 가지 이유를 확인했다.
그의 아버지 영향이 있었다. 오른손잡이인 오타니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어느쪽 타석에서 타격해야 할지 물었다.
오타니이 부친 토오루는 사회인 야구팀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뛴 선수였다.
아들의 질문에 토오루는 “편한 쪽으로 해라”고 조언했다. 이에 오타니는 왼손 타자로 타격하는 걸 편하게 느꼈고, 자연스럽게 좌타자가 됐다.
사실 오타니 토오루 역시 오른손잡이였지만, 왼손타자로 타격했고, 오타니 쇼헤이도 이를 보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오타니가 “제가 야구를 시작할 무렵에 활약한 이치로, 마쓰이, 요시노부를 동경해서 왼쪽에서 치기 시작했다”라고 밝힌 인터뷰 내용도 보인다.
그런데 오타니 뿐 아니라 많은 오른손잡이가 좌타석을 선택한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좌타자가 1루와 더 가깝기 때문에 출루에 유리하다. 타격후 몸의 방향도 우타자는 3루로 향하지만, 좌타자는 달려야할 1루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래서 마쓰이 히데키처럼 홈런타자도 있지만, 대부분 교타자가 우투좌타를 선택한다. 대표적 인물이 스즈키 이치로다. 내야안타를 단 한 개라도 추가할 수 있어 아마추어 선수들도 좌타자를 선호한다.
우투좌타의 긍정적 측면은 또 있다. 왼손의 미는 힘은 약해지지만, 오른손이 방망이 아래쪽을 잡게 되면서 방망이 컨트롤이 쉬워진다. 이는 삼진을 줄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대신 손해보는 점 역시 있다. 우투좌타의 경우 아무래도 장타력에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피하기 힘든 손실이다. 평소 사용하는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타격하면 힘을 실어 스윙하기 어려운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타니처럼 ML을 대표하는 홈런타자가 되려면, 양쪽 근력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이도류’ 오타니만의 플러스 요인도 있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왼손으로 타격하면, 좌우 근육을 균형있게 사용하게 되며, 이는 몸의 근력 불균형을 줄인다.
간혹 훈련중에 우투수는 왼손으로 섀도피칭하고, 우타자는 좌타로 치는 걸 볼 수 있다. 모두 밸런스 훈련이다.
그래서 투수와 타자를 동반하는 이도류 선수라면 우투좌타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오타니처럼 리그를 호령하는 장타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오타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 게 틀림없다.
그런 오타니가 만약 더 힘쎈 오른손으로 타격했다면 어땠을까. 좌타자가 아닌 우타자라는 가정이다.
올시즌 58홈런으로 이부문 ML 통합 1위에 오른 애런 저지(뉴욕양키스)보다 더 많은 아치를 그렸을까.
상상할만한 즐거운 공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