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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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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텐트에 전구를 달면 감성이 한껏 달아오른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양미정기자] “요즘 캠핑장 중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곳이야. 몇 달 기다린 끝에 드디어 성공했어. 특별히 너랑 가줄 테니 영광으로 생각해”

캠핑 마니아 친구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캠핑? 한번도 안 가봐서 무서운데…. 다음에 가면 안 될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자신 없어”

여행기자로서 기사만 써봤지 실제 캠핑을 떠나본 적 없는 기자는 혹여나 민폐가 될까 캠핑을 떠나기 망설였다.

“이번에 못가면 언제 또 갈지 몰라. 후회하지 말고 따라와. 명색이 여행기자인데 캠핑 한 번쯤은 해봐야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에 빠진 여행산업. 그러나 캠핑만큼은 나홀로 성장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통계로 익히 알고 있었다. 거리두기 이슈로 실내보다는 야외, 북적이는 곳보다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소규모 여행이 관광 뉴노멀로 자리 잡은 탓이다.

하지만 캠핑에는 고생이 뒤따르는 법. 무거운 장비는 물론 식재료와 어메니티(샴푸, 로션 등 편의용품) 등을 챙겨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형태의 여행이다 보니 귀차니즘과 게으름의 대명사인 기자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캠핑은 장비 빨이지. 대형 텐트와 웬만한 살림살이는 물론 빔프로젝터까지 갖췄으니 몸만 와. 걱정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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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텐트와 살림살이.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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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안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보고 있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헤비캠퍼의 유혹에 넘어간 기자.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지난 10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화악산로에 위치한 캠핑장 ‘답게’로 2박 3일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감성 충만했다.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순간부터 불멍을 때리고 난로의 등유 냄새를 맡으며 잠드는 순간까지 “신선놀음이네.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호캉스보다 호강하네”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캠핑의 잔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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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로 즐긴 크로플과 커피.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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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요리한 돼지고기 토마호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캠핑은 비대면 시대에 최적화된 여행 트렌드다.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노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 ‘나만의 자연 휴양지’에서 프라이빗한 낭만을 즐기다 보면 건강과 재미, 노동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걱정도 잠시 접어두게 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캠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친구는 처음엔 미니멀(최소한의 장비로 자연을 즐기는) 캠퍼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필수품 몇 개만 구매했다고. 그런데 ‘없어서 아쉬운’ ‘감성을 채워줄’ 용품을 하나둘씩 구입하다 보니 대형 SUV차량을 가득 채우는 헤비캠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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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캠핑 용품이 가득하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답게는 산 중턱에 위치해 고도가 높고 통행량이 적어 조용하고 쾌적했다. 맑은 날에는 밤하늘의 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생 캠핑장 답게 관리 및 청결도가 우수했다. 사이트간 거리가 꽤 멀어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았다. 연기 가득한 숯불구이를 즐길 때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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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배치도. 제공|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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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B-5 사이트.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기자가 방문한 구역(B-5)은 가장 높이 있고 조용해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매우 넓기도 한데, 단일 사이트로 이보다 큰 캠핑장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답게는 2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데 B-5 사이트는 오픈과 동시에 마감된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만큼 전망도 훌륭하다. 불멍을 안전하게 때릴 수 있도록 파쇄석과 데크 넓이도 충분했다. 주차 공간 역시 차량 3대는 너끈히 들어갈 정도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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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꽃 불멍.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단 사이트에 진입하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므로 화장실을 가거나 설거지를 할 때 불편함이 뒤따랐다. 술 마시려면 요강이 필요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절로 나왔다. B 구역은 최고 명당으로 불리지만 가족 구성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개인 공간을 중요시한다면 조용하고 전망이 좋아 심신의 안정을 찾기 제격인 B 구역을, 먹방에 충실해 개수대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자주 이용할 예정이라면 다소 번잡하고 소란스럽더라도 A, C, D 구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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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내 편의시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캠핑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개수대와 화장실이 멀리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캠핑을 떠나기 전 물티슈와 화장지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간단한 설거지나 양치 등이 가능한 대형 물통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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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내 샤워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두 번째, 캠핑은 호캉스가 아니다. 캠핑장에 따라 공동 샤워실에 칸막이가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 당황스럽거나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쾌적한 호텔이 아닌만큼 야외에서 조리하고 음식을 먹을 땐 어느 정도의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추운 계절에도 모기와 불나방, 파리가 출몰하니 모기장·살충제는 필수품. 텐트 객실로 들어가기 전 모든 음식물을 치워야 취침 중 벌레와 산짐승의 공격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캠핑을 떠나기 전 캠핑 장비와 먹거리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모든 준비물을 완비했다고 생각해도 막상 현장에 가면 안 가져온 아이템이 속출한다. 구성원 간 크로스 체크를 통해 목록을 여러번 확인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아쉬움 없는 캠핑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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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구운 장어, 와인, 고추장찌개 등 캠핑 요리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certa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