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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제29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중등부 경기가 열린 지난 5일 강원도 삼척시 삼척복합체육공원 축구장.
유년 시절부터 ‘축구 신동’으로 불린 범예주(14·전남 광영중 2학년)가 강원 하슬라중과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며 팀의 6-0 대승에 이바지했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 나왔다. 스스로 경기력에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번 득점 기회가 있었다.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대승에도 닭똥 같은 눈물을 보인 그의 모습에 여러 현장 관계자는 “공만 잘 차는 게 아니라 근성도 대단하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자선수상을 받은 범예주는 여자 축구 최고 유망주로 불린다. 전남 광양중앙초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보였는데, 2년 전 여왕기 초등부에 출전해 득점왕(17골)을 차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적이 있다. 또 그해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도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탁월한 스피드와 드리블, 송곳 같은 패스, 골 결정력까지. 축구 선수로 갖춰야 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 5월엔 2005년생이 주축인 U-16 대표팀 소집 훈련에 ‘두 살 월반’해 합류했다. 남자 축구에서 어린 시절부터 ‘월반의 아이콘’으로 불린 이강인(발렌시아)처럼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데, 그를 향해 ‘여자 이강인’으로 부르는 이들도 많다.
범예주는 이번 여왕기 첫 경기였던 경기 단월중전엔 뛰지 못했다. 최근 여왕기 홍보대사 촬영을 마치고 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를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그는 음성 결과지를 받은 뒤 4일 합류했다. 당연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태원 광영중 감독은 “예주가 (격리 기간에도) 운동을 충실히 했다더라. 욕심이 많은 선수여서 오히려 경기를 뛰게 해주는 게 팀에 더 긍정적”이라며 그를 선발 명단에 포함했다. 범예주는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측면, 중앙을 폭넓게 움직이며 간결한 볼 터치와 상대 뒷공간을 흔드는 침투 패스로 플레이메이커 구실을 했다. 벤치에서는 그를 향해 수시로 “일대일을 시도하라”고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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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52㎝로 다소 왜소한 체격을 지닌 범예주는 광영중 뿐 아니라 최근 대표팀에서 언니들과 경쟁하면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는 “확실히 언니들은 피지컬, 체력이 뛰어나고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더라”며 “스스로 피지컬에 신경 쓰면서 언니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롤모델로 여기는 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다. 그저 세계 최고 선수여서가 아니라 자신처럼 작은 키에도 빠른 발과 기술로 최정상의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범예주는 “틈날 때마다 메시의 영상을 본다. 그는 드리블할 때 늘 공격적이고, 수비가 발 뻗지 않는 곳을 기민하게 찾아다닌다”며 “나 역시 그런 드리블 기술로 좀 더 저돌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범예주는 “초등부 시절 득점상을 받기도 했지만 유독 여왕기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으며 “이번 대회 최소 3골을 넣고 싶다”면서 소박한 목표도 내걸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이제 첫 경기 치렀으니 다음 경기부터 더 보탬이 되도록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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