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 기자] 울산HD 김판곤 감독이 작심 발언을 했다. 핵심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다.

김 감독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32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한 후 한국 축구 상황에 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2018년부터 말레이시아 대표팀으로 가기 전인 2022년까지 협회에서 일했다. 2018년 당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으로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영입한 인물이 바로 김 감독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숨은 조력자다. 그뿐 아니라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 아시안컵 우승, 정정용 감독의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김은중 감독의 20세 이하 월드컵 4강 진출 등이 김 감독 행정가 체제에서 일어났다.

김 감독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적으로 부회장,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다 무능력한 조직으로 전락한 축구협회 상황에 관한 나름의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울산 지휘봉을 잡은 후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김 감독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대중과 정치권의 강한 비난에 의견을 피력하게 됐다.

김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치고 축구협회나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오합지졸이 된 팀을 수습하는 방향성에 따라 지도자를 선임하는 것으로 봤다. 가장 이른 시일 내로 한 팀을 만들 지도자를 찾는 것 같았다”라면서 “그렇게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설득했다면 이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박수받았을 수도 있다. 위원회 안에서조차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는지 그 부분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위원회 차원의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영입 작업이 진행된 것에 관한 아쉬움이었다. 김 감독은 선임위원장 시절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했다. 당시 위원들은 하나 같이 김 감독의 의견을 모으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축구협회에서 실종된 요소다.

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을 약화한 축구협회 내부의 행보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축구협회에도 한마디 하겠다. 위원장에게 감독을 평가하고 선임하는 권한을 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나. 가장 강력한 대표팀, 23세, 20세, 17세 연령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안정적으로 냈다. 모든 철학이 똑같이 공유했다”라며 “시스템에서 공정하게 객관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대로 했는데 왜 어느 날 그 권한을 빼앗았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사태에 관해 축구협회 내부에서 누가 건의해 이런 결정을 해서 대표팀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김 감독이 맡았던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약화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자문 및 조언’ 수준으로 약화했다. 그렇게 ‘톱 다운’ 방식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어 한국 축구의 흑역사를 야기했다. 김 감독이 이날 발언한 내용의 핵심이다.

이어 김 감독은 “벌써 월드컵 예선을 두 경기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힘을 빼고 팀을 와해시킨다. 정치하시는 분이나 유튜브하시는 분이나 정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지혜롭게 생각해야 한다. 월드컵을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너무 속상하다”라면서 홍명보 감독을 흔드는 게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칫 맹목적으로 홍 감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 감독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만약 다시 선임 과정을 거친다면 대표팀 사령탑은 장기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요 선수들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상황에서 팀이 혼란에 들어갈 수 있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김 감독이 굳이 욕을 먹을 것을 알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입을 연 이유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