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K리그에 복귀하는 지동원. 사진은 지난 2015년 10월 국가대표 자메이카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에 득점포를 가동한 뒤 기뻐하는 모습.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신화의 주력으로 뛴 공격수 지동원(30)이 10년의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로 돌아온다. 행선지는 FC서울이다.

올 시즌 박진섭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은 명가 재건을 그리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전반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가장 큰 걸림돌은 최전방 공격수 부재였다. 나상호와 팔로세비치, 기성용, 오스마르가 버티는 2선과 중원은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았으나 공격의 방점을 찍어야 할 최전방 공격은 베테랑 박주영 홀로 도맡다시피 했다. 나상호가 5골, 팔로세비치가 4골, 기성용이 3골을 기록하는 등 2선에서 득점을 해결했으나 상대가 이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압박을 펼치면서 전반기 막바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센터백 홍준호를 공격수로 돌리는 등 플랜B를 가동했으나 별다른 효력은 없었다.

결국 올여름 최전방 공격수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서울은 브라질 출신 키 195㎝ 장신 공격수 가브리엘 바르보사 영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빅리그와 오랜 기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지동원까지 품는 데 성공했고,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가브리엘은 압도적인 피지컬을 지닌 자원이다.

박 감독이 광주FC 시절 펠리페를 활용한 것과 유사하게 쓰일 가능성이 크다. 지동원은 원톱은 물론 2선 전 지역에서 뛸 수 있다. 팀 내 중심인 박주영, 기성용과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만큼 팀 적응도 무난할 전망이다. 가브리엘이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실전 감각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관건. 2019~20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 입단한 그는 부상 여파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하반기 분데스리가 2부 브라운슈바이크로 임대돼 뛰었으나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상 부위도 말끔하게 치료됐을뿐더러 국내로 들어와 익숙한 동료와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지동원은 유스를 거쳐 프로로 데뷔한 전남 드래곤즈가 우선 협상권을 쥐고 있었다. 지동원 측은 지난 5월 말께 전남과 가장 먼저 이적 관련 협상을 했다. 전남은 당연히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와 같은 지동원의 합류를 바랐으나 연봉 등 세부 조건이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지동원은 마인츠에서 수당 등을 포함해 16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았다.

그는 K리그 복귀를 타진하면서 40~50% 삭감한 수준까지 염두에 뒀다. 8~1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울산 현대나 전북 현대 등 고액 연봉자가 많은 빅클럽도 시즌 중반에 이정도 수준을 지급하며 선수를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전남과 우선협상은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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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A대표팀 시절 기성용(왼쪽)과 지동원. 스포츠서울DB

이후 지동원은 서울을 비롯해 다수 구단과 연결됐다. 하지만 애초 그의 높은 몸값에 모든 구단이 영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동원은 지난달 말 K리그 복귀가 어렵다고 보고 다시 유럽으로 날아가 새 둥지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의 캡틴 기성용이 구단에 지동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등 또다른 기류가 흘렀다. 결국 서울은 무리가 되더라도 한국 무대가 처음인 가브리엘의 적응 변수 등을 고려해 지동원까지 품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지동원도 기존 희망 연봉보다 더 적은 액수로 합의했다. 외부엔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당 등을 합쳐 7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유럽 생활 막바지 마음고생이 컸던 지동원은 이제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옛 대표팀 동료와 선수 황혼기를 그리게 됐다. 친정팀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전남 관계자는 “구단에서 지동원을 영입할 만한 현실적인 상황이 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지동원은 자신을 키워준 구단에 감사해하며 (은퇴 전엔) 꼭 광양에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