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스테펀 A. 스미스가 ESPN ‘퍼스트 테이크’ 방송을 통해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캡처 | ESPN

[스포츠서울 | LA=문상열전문기자]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흑인 패널 스테펀 A. 스미스가 인종차별 발언에 사과했다. 그는 14일(한국시간) ‘퍼스트 테이크’(First Take)라는 프로그램에서 오타니 쇼헤이에게 가했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스미스는 “흑인 남성으로 이 나라에서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소수 인종에 대한 실수를 했다”며 5분 이상 시간을 들여 사과했다. 코리안-아메리칸인 준 리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벌어졌던 아시안계에 대한 잇단 차별, 아시안 커뮤니티의 반응, 재발 방지에 대해 얘기했다.

스미스는 13일 올스타게임 홈런 더비에 맞춰 현재 최고 인기 스타인 일본인 오타니에 대해 “통역을 필요로 하는 스타는 야구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발언 후 후폭풍은 거셌다. 스미스는 거센 비난에 곧바로 SNS를 통해 사과 글을 올렸고 결국 사과 방송까지 하게 됐다.

스미스는 “나의 잘못된 발언이었고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ESPN과 진행 책임자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ESPN내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인종차별 발언 누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NBA ‘점프’ 진행자이자 플레이오프 사이드 리포터였던 레이첼 니콜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됐다. 역시 인종차별 발언이 문제였다. 지난해 방송 때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흑인 진행자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폭로됐다.

니콜은 베테랑 농구전문 리포터다. 그럼에도 그녀는 NBA 플레이오프 프리게임, 포스트게임 진행을 맡게 된 마리아 테일러의 기용이 회사의 다양성 확보 때문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실력보다는 단순히 흑인이기 때문에 중요한 프로그램을 맡았다는 의미다. 백인들에게 만연돼 있는 흑인 차별이 무의식적으로 누설된 것이다. 테일러는 조지아 대학 배구 선수 출신의 전문 리포터다.

NBA Finals ESPN Nichols Basketball
ESPN의 NBA 사이드 리포터 레이첼 니콜. AP연합뉴스

최근 오타니 인종차별 발언으로 고개숙인 스미스는 ESPN의 간판 스타다. 필라델피아 인콰이러지의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NBA통이다. 이후 ESPN에 스카우트돼 NBA 뿐만 아니라 전방위에 걸쳐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게 아니고 역사, 이론, 논리 등이 무장돼 있다. 연봉만 무려 800만 달러다. 팬들도 많다.

그런 스미스도 사회의 바뀐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치자 곧바로 사과를 했지만 도마에 오른 그 발언이 그의 진짜 속내일 수 있다. 이는 대다수의 미국 저널리스트가 갖고 있는 기본적 시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흑인은 미국 사회에서 백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오랜 역사와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시안계를 오히려 차별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스미스가 오타니에 대해 통역 대동 운운했던 바로 그날 MLB 네트워크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영스타 블라드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출연했다. 게레로는 영어를 하지 못한다. 진행자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질문하고 통역했다. 중남미 선수들 가운데는 영어 구사가 안되는 스타 플레이어가 다수다. 이들의 통역 대동은 문제가 안되는 것인지 스미스에게 묻고 싶다.

현재 MLB에서 반복된 약물복용, 가정폭력 등의 사건 사고는 대부분 중남미 선수들이 저지른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결코 인종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중남미 선수들의 팀내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재발 방지는 물론이고 아시아계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전면적으로 걷어내야 한다. 언론 노출이 적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은 여전히 노골적으로 아시아계를 비하하고 있다. 토론토의 류현진, 세인트루이스의 김광현 등에게도 얼마든지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