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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언빌리버블!”

이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2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평가전이 끝난 뒤 지소연(30·첼시 위민)을 이렇게 평가했다. ‘인상 깊게 본 선수’를 묻는 말에 클림코바 감독은 10번을 콕 집은 뒤 “기술적으로도 매우 뛰어나고, 그라운드 내에서 영향력도 컸다. 지치지 않는 열정은 물론 선수들에게 소리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소연은 이날 경기까지 A매치 통산 130경기에 출전, 59골을 넣고 있다. A매치 59골은 남녀 대표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다. 58골(136경기)을 넣은 ‘차붐’ 차범근을 뛰어넘은 수치다. 그 정도로 지소연은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물론 플레이메이커도 다분히 소화할 수 있다. 스피드와 수려한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를 공략한다. 지소연이 161㎝의 단신에도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지소연은 킥오프되자마자 3선으로 내려왔다. 주로 3선에 자리했던 조소현(토트넘)이 한 칸 위로 전진 배치됐다. 지소연은 자신이 주로 맡았던 공격적 재능을 감추며,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후방 빌드업 시발점 구실을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것. 대표팀은 전반전 내내 뉴질랜드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는데, 지소연의 탈압박과 넓은 시야는 돋보였다. 경기가 안 풀리자 조소현과 줄기차게 대화를 주고받았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위치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했다.

수비적인 역할이 커졌지만, 지소연은 공격 기회가 왔을 때는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프리키커로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했다. 전반 14분 크로스바를 맞은 홍혜지의 헤딩 슛은 지소연이 올린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또 후반 22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시도한 강력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1018명의 관중이 아쉬운 탄성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지소연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그럼에도 지소연은 대표팀의 중추답게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적장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