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환호 김선형[포토]
SK 김선형이 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프로농구 서울SK와 수원KT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어찌보면 단순하다. 늘 비슷한 패턴을 펼치며 선수 기용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막을 수 없다. 드롭존 지역방어 성공 후 파생되는 속공에 모든 팀이 무너진다. 서울 SK가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최근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새해들어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대구 가스공사전을 시작으로 12연승을 질주하며 구단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시즌 전적 30승 8패로 2위 KT와 5.5경기 차이다. 1라운드부터 1위에 올랐고 2라운드에서 다소 주춤했지만 3라운드부터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팔부능선을 넘은 SK다.

호성적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 구성만 봐도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코트 위에서 퍼포먼스는 예상보다 더 강렬하다. 에이스 김선형(34)과 최준용(28)이 특히 그렇다.

최준용은 SK 드롭존 지역방어 중심 축이다. 신장과 운동능력을 두루 갖춘 최준용이 드롭존 가운데 지점에서 상대 가드를 압박하거나 상대 빅맨에 도움수비를 펼친다. 상대팀 야투를 저지하고 리바운드를 따내면 다음은 김선형 차례다. 번개같은 속공으로 순식간에 점수를 뽑는다. 30대 중반 선수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제2의 전성기를 펼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최준용과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김선형의 돌파를 앞세워 SK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노린다. SK는 두 차례 챔피언 결정전 우승(1999~2000, 2017~2018시즌), 한 차례 정규리그 우승(2012~2013)을 차지했지만 통합우승은 없다.

팀최다 12연승 자축하는 최준용과 SK 선수들[포토]
SK 최준용과 선수들이 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프로농구 서울SK와 수원KT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팀 최다연승 12연승을 한 후 자축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문제는 정규리그 우승 다음이다. 김선형과 최준용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운 활약을 펼치는데 MVP는 한 명 뿐이다. 일단 기록만 놓고 보면 최준용이 근소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김선형은 경기당 평균 13.7점 2.7리바운드 5.7어시스트 1.3스틸, 최준용은 경기당 평균 15.3점 5.8리바운드 3.0어시스트 1.1블록슛을 기록했다. 선수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KBL 공식 PER에서 최준용은 21.6으로 국내선수 1위, 김선형은 19.2로 국내선수 3위다. 4쿼터를 집어삼키는 김선형이 임팩트가 강하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준용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SK 전희철 감독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6일 KT와 홈경기 승리 후 전 감독에게 ‘김선형과 최준용 중 누구의 공헌도가 더 높나?’고 묻자 “답 못하겠다. 내게 첫째 딸이 좋냐, 둘째 딸이 좋냐는 질문이랑 같다. 답하기 너무 어렵다”고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SK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 또한 “우리 팀은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을 펼친다. 오늘은 김선형이 활약하면 내일은 최준용이 활약한다. 또 그 다음날은 안영준이 잘 해준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최준용은 1라운드 MVP, 김선형은 4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어느덧 5라운드 중반을 향하는 가운데 김선형과 최준용 중 누가 이번 시즌 왕관을 쓰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