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두 선수가 있다. 같은 해 프로에 왔다.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한쪽으로 쏠렸다. 13년이 흐른 지금 둘의 몸값 차이는 24배에 달한다. 한쪽은 하주석(31·한화), 다른 쪽은 류지혁(31·삼성)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성적’에 있지 않다.

하주석과 류지혁은 2012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됐다. 하주석이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류지혁은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에 뽑혔다. 출발선부터 달랐다. 커리어로 봐도 하주석이 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하주석은 포지션도 유격수다.

2024시즌 후 똑같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왔다. 원소속구단과 계약을 맺었다는 점도 같다. 위상은 천지 차이다. 류지혁은 4년 총액 2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주석은 1년 총액 1억1000만원에 사인했다.

야구선수로서 ‘재능’만 보면 하주석이 위일지도 모른다. 몸값은 그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KBO리그 레전드이자 LG 영구결번인 박용택 해설위원의 말에 힌트가 있다.

2025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연자로 나선 박용택 위원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야구 인생이 끝났을 때 누구도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 사례를 꺼냈다. “LG는 일상적인 모습도 고과에 반영했다. 출퇴근하면서 경비 아저씨와 나누는 대화와 인사 등도 평가 대상이다. 5~10% 정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류지혁은 ‘인정받는’ 선수다. 구김살 없고, 쾌활하다. 2024 KBO 플레이오프에서 주장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지자 부주장으로서 팀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난 한 것이 없다”며 손사래 쳤지만, 선수단과 구단이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두산-KIA를 거쳐 삼성에서 뛰고 있다. 이전 팀원들과 사이도 여전히 좋다. 현재 류지혁은 괌에서 개인훈련 중이다. KIA 선수들과 갔다. 최형우가 꾸린 미니캠프 일원이다. 류지혁이 나쁜 이미지였다면 불가능했다.

하주석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음주운전이라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 헬멧을 집어 던지고, 배트를 내려치는 일도 있었다. 던진 헬멧이 코치의 머리를 강타하기도 했다. 뒤에서 하면 모르겠는데, 모두 보는 앞에서 했다.

‘인성 논란’이 일었다. 자기 점수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는 선수가 사고까지 친다’는 인상이 박혔다. FA가 됐지만, 다른 팀들이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은 이유다.

야구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야구‘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생을 바꿀 부분은 다른 쪽에 있다. 모든 KBO리그 선수들이 곱씹을 부분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