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윤여정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오스카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파친코’로 돌아왔다.

제작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은 애플TV 플러스 ‘파친코’가 베일을 벗었다.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린 건 단연 윤여정이었다. 영화 ‘미나리’로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의 차기작이자 ‘미나리’에 이어 또 한 번 이민자의 삶을 비춘다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윤여정은 담담했다. 특유의 솔직함과 위트도 그대로였다. “노(老)배우 윤여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나 중심의 작품이 아니다. ‘파친코’ 촬영 때는 아카데미 수상 전이라 여러분들이 내게 관심이 없을 때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호평에도 손사래를 쳤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나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윤여정

이어 그는 “하나 감사한 건, 내 나이에 상을 받았다는 거다. 나이 드는 게 싫었는데, 내가 만약 젊을 때 이 상을 받았다면 붕붕 떴을 거다”라며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았다. 나는 그냥 나다. 운이 좋았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를 노크했고. ‘미나리’라는 영화가 코로나 펜데믹과 맞물리며 노미네이트 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윤여정은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4세대에 걸쳐 그려낸 ‘파친코’의 중심에 있는 윤여정의 내공과 무게감은 부인할 수 없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파친코’는 이미 해외 비평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스크리너를 통해 선 공개된 후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며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기록했다. 윤여정은 “소설과 다르게 각색했지만 만족했다. 봉준호 감독의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우린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말처럼 ‘파친코’를 통해 같이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친코 윤여정

극중 주인공 ‘선자’의 노년기를 연기했다. 선자는 일제강점기, 혼란스러운 시대 속 불타는 사랑을 했고 아픈 이별과 새로운 기회를 겪으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윤여정은 자신의 모친을 떠올리며 선자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1924년생이라 이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윤여정은 긴 대서사시를 몸소 겪어낸 선자의 깊고도 복잡한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특히 현재까지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동포를 대변하는 캐릭터였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이니치’의 삶과 애환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더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하며 저 역시 많이 배웠다. 자이니치(재일동포)가 나쁜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스스로 프라이드가 있더라.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떠도는 삶을 살았지만 한국인을 뜻하는 자이니치란 말을 자랑스러워한다. 너무 감동받았다. 또 전쟁이 나고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까지 구제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보며 촬영하면서도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역사는 꼭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애플TV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