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넘어가는타구확인하는\'추신수[포토]
SSG 추신수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낸 뒤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는 선발투수보다 불펜진 평균자책점(ERA)이 대체로 더 높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투고타저로 변화한 올해도 마찬가지다.

23일 현재 리그 ERA는 3.70, 이 가운데 선발투수는 3.63이다. 삼성(3.07)과 SSG(3.08)이 견고하고, 한화(5.63)가 가장 저조하다. 2위 LG의 선발 ERA가 4.15(8위)라는 점도 놀랍다. 불펜은 3.86이다. LG가 2.50으로 막강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 부진을 불펜이 상쇄한 덕에 신바람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LG 불펜진은 리그내 유일한 2점대 ERA를 기록 중이다.

완투형 선발투수가 사실상 없는 KBO리그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접전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불펜진이 자주 등판할 수밖에 없으니,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지치기 마련이다.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시대 이후 KBO리그는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탓에 야외훈련량이 해외 전지훈련 때보다 줄었다.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이른바 하향곡선이 빨리 찾아왔다. 개막 한 달가량 지나면 신인을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여름레이스가 끝나면 베테랑들이 체력저하를 호소하는데, 올해는 신구 구분이 따로 없다.

[포토] 이대호, 4회 만루기회 놓치지 않는 적시타
롯데 이대호가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적시타를 뽑아낸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불혹의 4할타자’로 등극한 추신수(SSG) 이대호(롯데·이상 40)의 출루율이 새삼 돋보인다. 시즌 0.369 맹타를 휘두르는 이대호는 출루율도 0.409로 4위에 올라 있다. 타율 0.224에 머무는 추신수는 0.401로 9위다. 출루율 톱10에 불혹의 베테랑이 두 명이나 포진했다. 39세인 최형우도 0.381로 공동 11위다.

추신수는 최근 “메이저리그 때부터 한 경기에서 안타 2개를 치는 것보다 세 번 출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타율보다 출루율이 1할 이상 높아야 ‘그럭저럭 잘 치른 시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매 경기, 매 타석 안타를 칠 수는 없다. 늘 좋은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려운 공을 골라내고 최대한 출루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을 골라낸다는 것은 치지 않는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면서도 터무니없는 볼에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확고한 스트라이크존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형우
KIA 최형우가 잠실구장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타격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낸 KIA 최형우는 볼넷 1위(34개·23일 현재)다. 시즌 타율은 0.220으로 멘도사 라인이지만 지난주까지 4할대 출루율을 유지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풀타임 출장을 위해 나름의 해법을 찾는 과정인데, 통산 0.404에 달하는 출루율 덕분에 버틸 수 있다.

경험이 적은 선수일수록 출루보다 타율에 집착한다. 불펜진을 가동한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서는 주자 한 명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 KBO리그다. 출루머신을 보유한 팀이 시즌 초반 상위권에 위치한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호쾌한 안타보다 끈질긴 볼 카운트 싸움이 때로는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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