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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왼쪽)가 1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동점 3점 홈런을 뽑아낸 뒤 조재영 코치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요즘은 후배들이 잘하니까 기분 좋다.”

최형우(39·KIA)가 밝게 웃었다. 동점홈런으로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놓아서가 아니다. 홈런은 쳤지만 언제 또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굴지 알 수 없다. KIA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7년을 얘기하는 이도 있지만 최형우는 당시(26홈런 120타점 타율 0.342)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불과 2년 전에도 140경기에서 타율 0.354에 28홈런 115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으니 재기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혼자 잘하는 건 의미없다”고 말했다. 싱글벙글하던 표정이 굳어졌다. 최형우는 “나 혼자 잘하고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후배들이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고 팬들이 가을잔치의 흥분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팀이 지금처럼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위치라면, 내 성적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투수 이의리(20)가 동료들에게 이른바 생일 세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어 하나를 곱씹듯 말했다. 진심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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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운데)가 1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전 종료 후 동료들에게 격한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KIA의 팀 분위기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방황의 4, 5월을 지나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자릿수 홈런, 60~70타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올해는 몰아치기가 없다. 시즌 타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막 첫 한 달 동안 홈런 없이 8타점 타율 0.243였던 최형우는 5월26일에서야 시즌 첫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5월 성적은 2홈런 11타점 타율 0.207. 지난 1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회말 동점 3점 홈런을 때려낸 6월 성적은 5홈런 12타점 타율 0.260이다. 타율이 저조하니 기습번트로 물꼬를 트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팀 성적이 절실하다.

3할타율보다 후배들이 마음편히 기량을 펼칠 분위기를 만드는 게 2022년의 최형우가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강요로 만드는 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눈치 안보고 플레이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구단이 시즌을 앞두고 통큰투자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떠들썩한 더그아웃 분위기, 모이면 야구얘기로 꽃을 피우는 문화 등이 KIA의 변화를 끌어냈다. 최형우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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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7일 광주 삼성전에서 3점 홈런을 때려낸 뒤 선행주자와 후속타자 이창진(오른쪽)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로니 윌리엄스가 19일 복귀전을 치르지만, KIA는 외국인 투수 없이 순위 싸움 중이다. 타선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최형우는 “우리 후배들 진짜 잘한다.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다독이다보면 시즌 끝까지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최형우의 존재감, 팀의 중심이 아닌 든든한 버팀목이어서 더 빛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