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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자화상 Ⅲ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유에 대한 나의 억누를 수 없는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하므로 그들 또한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고귀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사람이며,

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이다.

나는 인간이다. 죽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한다.

(중략)

구하라!

액자도, 상품도, 직업도 아닌 ‘그림’을 구하라.

그림은 무엇인가?

내게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내 밖의 것이다.

나를 사라··· 그 조각들을.

20세기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나, 영원한 아이’라는 시집에 있는 ‘자화상 Ⅲ’이라는 시이다. 에곤 실레를 사랑하는 화가 김한나(27)가 가슴에 새긴 글귀이기도 하다. 실레의 마음을 담은 그림과 글이 전도된 듯 김한나의 작품 세계도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충만하다.

김한나는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통일로에 있는 카페·갤러리인 토마스피의 4번째 전시 지원에 뽑혀 개인전 ‘순간의 기록’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김한나는 7개월 동안 기획했던 작품들을 쏟아냈다.

김한나는 “그림들 속의 생각과 감정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마침 토마스피가 기획한 전시의 취지와 맞아 진행하게 되었다”라며 “편안하게 커피 한잔하며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눈길이 닿는 곳에 작품들을 배치했다. 그림이 카페의 소품처럼 비쳐 보이지 않도록 갤러리의 디자인팀이 세심하게 배려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김한나에게 그림은 휴식처이자 피난처였다. 학업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잡은 붓은 평생 친구가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머릿속에 그려진 대로, 마음이 느끼는 대로 붓을 잡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처음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도 그림이 내포하고 있는 것에 궁금해한다. ‘무엇을 그렸을까?’, ‘왜 그렸을까?’하는 궁금증에 보고 또 본다.

김한나의 붓 터치는 실레의 그것처럼 단순하고 솔직하다. 하지만 의미는 깊다. 그림 속에는 무한의 신비감으로 가득하다. 이번 ‘순간의 기록’ 전시회가 커다란 반응을 얻자 토마스피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앵콜 전일 수 있는 ‘마이 러브 이집트’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집트 문명을 모티브로 삼았다. 모든 문명의 기원이랄 수 있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고양이 神인 바스테트, 영원한 美의 상징 네페르티티 등을 내면의 모습으로 투영했다.

김한나는 “이집트 벽화를 보면 화려한 색채가 가장 눈에 띈다. 또한 이집트는 상형문자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림은 영원한 흔적이다. 이집트가 그렇고, 나도 또한 그렇다”라며 이집트를 소재로 삼은 계기를 설명했다.

토마스피는 김한나에게 ‘개인카페’이자 작업실이다. 큐레이터 출신 대표의 배려로 매일 토마스피에서 자신을 담고 있다. 김한나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금방 사라지니까.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순간은 영원이다”라며 자신의 세계를 이야기했다.

전시회에서 많은 관객이 그의 그림을 구매하고 싶어했지만, 판매하지 않았다. 김한나는 “그림을 아직 팔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공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터치에 깊은 마음을 담은 김한나. 김한나는 “기쁨과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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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sportsseoul.com 사진 | 김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