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5년 전에는 투수 대부분이 미완이었다. 선발 투수들이 특히 그랬다. 당시 선발 등판했던 장현식, 임기영, 박세웅 중 박세웅을 제외한 2명은 당해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 대만과 유망주 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박세웅을 제외하면 선발 투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다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31일 2023 APBC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다. 대회 선발 기준인 만 24세 이하·프로 3년차 이내에 맞춰 62명을 뽑았다. 최종 26인 엔트리는 정규시즌 종료에 앞서 발표할 계획이다.

대회 일정은 11월 16일부터 19일. 장소는 첫 대회인 2017 APBC와 동일한 일본 도쿄돔이다. 당시에는 한국, 일본, 대만 세 팀이 참가했는데 참가국이 하나 늘었다. 호주까지 네 팀이 정상을 두고 경쟁한다.

2017 APBC에서 한국은 첫 경기 일본에 석패, 다음 경기 대만에 선승을 거둔 후 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일본과 첫 경기에서 장현식이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임기영은 대만전 7이닝 무실점으로 1-0 승리에 발판을 놓었다.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한 박세웅이 4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한국은 0-7 완패를 당했지만 일찍이 한국은 승리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선동열 감독은 대회 기간 모든 투수에게 등판 기회를 줄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3경기 동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 12명이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아쉬운 부분은 그 다음이다. 2017 APBC 대표팀 투수 중 박세웅과 구창모 외에는 선발 투수로 커리어를 유지한 이가 없다. 부상 혹은 부진으로 자리가 바뀐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전성기를 보낼 시기인데 부상으로 커리어가 끝난 투수도 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대회에서 한국은 보다 강한 마운드를 구축할 전망이다. 예비 엔트리만 봐도 5년 전 대표팀보다 마운드 뎁스가 강하다. 선발진이 특히 그렇다. 원태인, 곽빈, 이의리, 문동주는 이달 말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이들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꼽힌다.

문제는 일정이다. 원태인, 곽빈, 이의리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참가했다. APBC 예비 엔트리에 이름이 오른 정우영 또한 원태인, 곽빈, 이의리와 함께 APBC까지 참가하면 WBC~아시안게임~APBC. 일년에 국제 대회를 세 번이나 치른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박영현도 APBC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박영현은 올시즌 중간 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63.1이닝을 던졌다.

개최국인 일본의 경우 프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는다. 선수층이 두꺼워 WBC와 APBC 대표팀을 분리해 구성할 수 있다. 2017년에도 일본은 WBC에 출전한 선수들은 APBC 대표팀에 넣지 않았다.

센가 코다이, 스즈키 세이야, 후지나미 신타로 등이 2017 APBC에 출전할 수 있었는데 이들 없이도 수준급 대표팀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특정 선수 의존도가 높다. 대표팀 뿐이 아닌 KBO리그 구단들도 그렇다.

대회 취지는 좋다.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 경험보다 가치있는 것은 없다. 젊은 나이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큰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기량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유독 험난해진 올해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각 구단 컨디셔닝 파트와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물론, 보다 과감하게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선발 투수는 100이닝 이하, 중간 투수는 40이닝 이하를 기록한 투수들의 비중을 넓히는 것이다.

예비 엔트리 기준으로 장재영, 송영진, 김민, 진승현, 이병헌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표팀 전력도 중요하지만 젊은 투수들의 관리도 필요하다. 두 번의 국제대회 후 치르는 2023 APBC는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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