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벤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 중심에 E클래스가 있다. 지난해까지 전세계 6년연속 E클래스 판매 1위가 한국이라고 한다. 독일 출장을 가면, 공항청사앞에서 택시로도 많이 본 차량이지만 국내에선 고급차의 대명사다.
이번 시승모델은 뉴페이스 ‘E300 4MATIC AMG Line’이다. 실내외에 대한 첫 느낌은, S클래스가 아닌 E클래스만의 방향성을 잡은 듯하다. 중후함보다는 경쾌함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S클래스의 고급스러움까지 포함한다.
외양을 살펴보면, 전면부 센터의 삼각별을 중심으로 그릴이 단단한 인상을 구축한다. 헤드램프는 과거 벤츠의 헤리티지를 담으면서도 새롭다.
측면은 크게 달라진 감은 없다. 다만 차게 다가가니 매끈한 차체에서 손잡이 부분이 빠져나오는 게 왠지 미래지향적이다. 플러시타입 도어핸들인데, 차량의 고급미를 더한다.
후면을 마주하면 달라진 벤츠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 리어램프에 삼각별 4개가 붉게 빛난다. 새로운 벤츠라고 어필하는 듯하다. “굳이 램프에 삼각별을?”이라고 느끼는 이들도 있고, 신선하다는 반응도 보인다.
디자인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벤츠가 디자인 측면에서 묵직함을 덜어내는 노력으로 읽힌다.
운전석에 앉으면 슈퍼스크린이라고 불리는 디스플레이가 우선 반긴다. EQE모델과 유사한 모양새다.
계기판은 살짝 솟아 운전자를 향한다. 중앙디스플레이는 조수석까지 이어져, 유튜브 등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화상회의나 게임도 가능하다. 차량이 스마트폰처럼 단순 이동기능에서 멀티로 확장되고 있다. 시청 편의성을 위해 디스플레이가 시선에 맞춰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다. 단 공간적 측면에선 디스플레이의 각도만큼 아쉬운 부분이 생긴다.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부메스터의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다. 음향 자체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음악에 맞춰 시트가 진동하는게 신기하다. 마치 누군가 등을 때리는 것처럼 울린다. 음악은 귀와 함께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4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최대 출력 258ps, 최대 토크 40.8 kgf·m를 발휘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글라이딩, 부스트, 회생제동을 지원한다. 공인연비는 11.6km/ℓ다.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저공해차량 2종 인증으로 각 지자체에 따라 혼잡 통행료,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저속에서 최대 17㎾ 파워를 더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전기차처럼 조용하다. 고속에서도 밟는 만큼 차량이 반응하며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주행하며 역시 벤츠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비교하기 쉽게 BMW는 사람이 차를 운전한다는 감각이라면, 벤츠는 차가 사람을 품고 달린다는 감각이다. 강력한 운동성보다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놓고 세팅한 차량이다.
E300 4MATIC AMG Line도 마찬가지다. 되레 부드러움은 더 업그레이드됐다. 직선 도로에서 가속하는데, 바람이 살랑거리는 대양을 가로지르는 큰 돛단배를 탄 듯하다. 차의 운동능력과 승차감이 침착하니, 운전자도 덩달아 침착해지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E300은 실내외 변화뿐 아니라 럭셔리 세단답게 각종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하며 세대교체를 어필한다. E클래스만의 독자적 품격이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