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만만치 않은 5년 세월을 보냈다. 아픔도 있었고, 속앓이도 했다.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원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추가 금메달도 가능하다. 양궁 대표팀 이우석(26·코오롱) 이야기다.

이우석은 임시현(20·한국체대)과 짝을 이뤄 출전한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 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혼성 단체전(혼성전) 결승에서 노다 사츠키-후루카와 다카하루(일본) 조를 세트 스코어 6-0으로 잡고 금메달을 품었다.

어린 후배 임시현을 다독이면서 따낸 금메달이다. 2세트에서 임시현이 8점을 쏘는 등 살짝 주춤했다. 이때 “나만 믿고 쏴”라며 독려했다. 임시현은 바로 10점을 명중시키며 페이스를 찾았다. 그리고 금메달을 따냈다.

동시에 오래 기다린 금메달이기도 하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은메달을 땄다. 특히 개인전의 경우 대표팀 동료 김우진(청주시청)을 만나 패했다.

당시 상무 소속이었던 이우석은 김우진을 만나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1세트는 비겼다. 2세트를 챙겼고, 3세트를 내줬다. 4세트 다시 무승부. 4-4에서 5세트에 들어갔다.

이우석이 8점-9점-9점을 쐈다. 김우진이 나섰고, 8점-9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한 발. 여기서 김우진이 10점을 쐈다. 절체절명의 순간 집중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리고 이우석은 은메달이 만족해야 했다.

당시 이우석이 금메달을 땄다면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조기 전역도 가능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김우진은 “병역은 생각하지 않았다. 외부 요인은 일절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우석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군 생활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쿨하기’ 어려운 곳이 또 군대지만, 이우석은 개의치 않았다. 이후 단체전도 은메달을 따면서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다.

이후 코로나가 이우석을 괴롭혔다.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데 대회가 제때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1년 밀렸다.

양궁은 공정하기로 유명하다. 2020년 대표팀은 없던 일이 됐고, 다시 선발전을 열었다. 이번에는 통과하지 못했고, 도쿄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당시 이우석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흘러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자칫 꼬일 뻔했다. 2022년 대회를 앞두고 열린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번에도 코로나로 대회가 1년 밀렸다. 기존 대표팀이 무효화 됐고, 다시 선발전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당당히 통과했다. 선발전과 평가전을 거쳐 2위에 자리했고, 당당히 항저우로 왔다.

항저우에서도 쓴맛을 한 번 봤다. 개인전에서 남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강까지 올랐지만, 여기서 떨어지고 말았다. 동메달전을 앞두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씻어내고자 했지만, 두 걸음이 부족했다.

이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는 한 방이 터졌다.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품었다. 이번 대회 양궁 대표팀의 첫 번째 금메달이다.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기쁨이 클 법도 했다. 그러나 이우석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우석은 “악착같이 준비 많이 했다. 혼자 남아서 운동도 많이 하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개인전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혼성전과 단체전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지난 시간도 돌아봤다. “5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이 금메달을 딸 수 있게 해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2018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친 후 김우진은 이우석을 두고 “이 친구가 진짜 조커다. 진짜 한 건 할 친구다”고 호평을 남긴 바 있다.

2019 세계선수권 혼성전 금메달, 2019 아시아선수권 개인전·단체전 2관왕, 2023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품었다. 오래 걸렸기에 그만큼 더 값지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