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 김학범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합니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을 이끌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또 U-24 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는 8강을 지휘했습니다. 김 감독은 본지를 통해 한국 및 상대국 분석, 냉철한 조언 등 다채로운 내용의 칼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K리그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 사령탑으로도 굵직한 경험을 지닌 김 감독만의 소신 있는 칼럼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염원하는 축구 팬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4강에서 최대 고비라 여겼던 우즈베키스탄을 잡았다. 1-1이었던 전반 37분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라힘조노프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실책을 정우영이 마무리했다. 아마 그 골이 들어가지 못했다면 조금 어려워질 뻔도 했지만 잘 넘겼다.

정우영은 대회 득점 선두(7골)를 달리고 있다. 단일 대회에서는 상승세를 타는 선수가 있기 마련인데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그에 해당한다. 정우영은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 상승세를 탔다. 해트트릭을 완성하면서부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의 황의조(노리티 시티)와 같은 케이스다. 황의조도 대회에서 우즈벡과 8강전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그리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골문이 보이면 골문의 빈곳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자신감도 붙었다. 그러면 골이 들어갈 가능성은 자동적으로 상승한다. 그게 바로 지금의 정우영이다.

이제 결승만 남겨뒀다. 예상했던 대로 ‘한일전’이다. 일단 한일전에 대한 무게감을 내려놔야 한다. 일본은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2001~2002년생 선수들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정예 멤버인 우리가 실력으로 우위다. 두 단계 정도 위라고 본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다만 흔들려선 안된다. 특히 골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 우리가 전력상 우위에 있으니까 심리적인 부담감을 내려놔야 한다. ‘한일전’의 중압감에 사로잡혀선 안된다.

지도자는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고자 한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그냥 조별리그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가 나온다.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원래의 기량이 안 나온다. 몸에 힘을 빼고 ‘편하게’ 임해야 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다. 경직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지도자들 역시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할 수 있다. 실력적으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힘을 빼고 부드럽게 경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딱 한 경기다.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본다. 지금까지 모든 경기는 말할 것도 없이 ‘퍼펙트’했다. 그간의 결실을 완벽하게 맺었으면 한다.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