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상징하는 단어는 두 가지다. 홈런과 삼진.
홈런 없이 경기를 이길 수 없고, 투수는 삼진 없이 위기를 막을 수 없다.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홈런 타자와 빠른 볼로 삼진을 낚는 투수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MLB는 17일 챔피언십 시리즈 3경기를 포함해 포스트시즌 총 25경기를 치렀다. 이날 하루만 텍사스 레인저스-휴스턴 애스트로스 2차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필라델피아 필리스 1차전에서 총 8개의 홈런이 터졌다. 25경기에서 총 65개의 아치가 하늘을 수놓았다. 경기당 2.68개다.
25경기 가운데 홈런 없이 승패가 좌우된 것은 단 3경기에 불과하다. 와일드카드 텍사스 레인저스-탬파베이 레이스 1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미네소타 트윈스 2차전, 마이애미 말린스-필라델피아 필리스 1차전뿐이다.
한 경기 최다 홈런은 디비전 시리즈 필리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차전으로 6개였다. 필리스가 때린 홈런이다. 정규시즌 307개의 대포군단 브레이브스는 홈런을 때리지 못했다. 필리스의 6홈런은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기록이다.
포스트시즌은 홈런이 좌우한다는 것을 새삼 보여준다. ALCS 2차전 휴스턴의 4-5 패배는 다소 이변이다. 1회 단타 5개와 2실책으로 허용한 4실점에 발목이 잡혔던. 휴스턴은 요단 알바레스의 멀티 홈런과 알렉스 브레그먼의 대포로 3홈런을 쳤고, 텍사스는 조나 하임이 유일하게 때렸다.
MLB는 3안타로도 득점을 올리기 쉽지 않다. 타구가 강하면 야수 정면에 떨어져 투 베이스 진루가 어렵다. 야수들의 어깨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삼진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과 같은 ‘피네스(finesse) 피처’는 오래 던질 수가 없다. 장타 허용의 불안 때문이다. 커쇼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0.1이닝 6실점의 최악의 피칭을 한 것이나 류현진이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다. 피네스 피처는 정규시즌에서는 통한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발디는 5-2로 앞선 5회 말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무실점으로 막았다. 바로 삼진의 위력이다. 연속 삼진과 2사 후 내야 땅볼로 위기를 막은 것이다. 이발디는 2차전 9삼진으로 포스트시즌 생애 최다를 기록했다. MLB에서 맞혀 잡는 것은 실점을 의미한다. 특히 불펜 투수는 삼진을 낚지 못하면 설 땅이 없다.
삼진은 25경기에서 총 469개가 나왔다. 경기당 18.76개다. 볼넷은 164, 경기당 6.56개 허용이다. MLB 투수들의 제구력이 어느 정도로 좋은지도 알 수 있다. 삼진: 볼넷 비율이 2.86이다. 삼진 2.85개를 낚을 때 볼넷 1개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MLB 평균이다.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게임 체인저다. 삼진은 투수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MLB의 포스트시즌에 명승부가 자주 나오는 이유가 바로 홈런과 위기에서 이를 틀어막는 삼진이 있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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