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육성은 정말 신기루인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까지 끝(한국 대표팀 기준)나니 비로소 올시즌을 마무리한 기분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포함한 스토브리그는 이어지고 있지만, ‘자선야구대회’ 정도를 제외하면 당분간 경기가 없다.

2013년,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대표팀 성적 부진이 올해도 이어졌다. 아예 ‘세대교체’ 기치를 내걸고 젊은 선수 위주로 선발한데다, 소위 에이스로 부를 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기대감이 낮았던 게 사실. 프리미어12 대표팀이 합숙훈련을 하고, 조별리그가 펼쳐지는 대만으로 떠나는 등 일정을 소화할 때 FA 계약 소식이 곳곳에서 들렸다.

‘5선발’로 분류됐던 투수가 78억원, 불펜 투수가 52억원에 각각 이적했고, 하위팀 마무리투수가 54억원에 눌러앉는 등 입이 떡 벌어지는 계약이 이어졌다. 잔류한 선수들은 소속팀 핵심 자원이므로 놀라움이 덜했지만, 이적한 선수들은 웃돈을 주고 영입한 인상이다.

꼭 필요한 선수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영입하는 게 자본논리다. 이적한 선수들이 커리어 하이로 계약기간을 채우면, 이 또한 윈윈이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니, 잘못된 계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문제는 KBO리그 구단의 태도다. 각 구단은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FA 영입은 윈-나우일 때만 참전할 것”이라며 “외부영입 대신 내부 육성을 통해 장기적 강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화를 시작으로 너도나도 프로선수 출신 단장을 앉혀 이른바 육성 사령관에 임명했다. 1군 감독과 다툼이 생기기도 했고, 독단적인 운영으로 선수단 전체와 반목하는 구단도 보였다.

이럴 때마다 “선수 구성과 육성은 단장을 포함한 프런트 영역”이라며 “선수 육성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육성 기치를 올렸으면, 4년이든 5년이든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4~5년이 훌쩍 흘렀는데, 자체 육성으로 강팀 반열에 오른 팀이 얼마나 될까. 참고로 20일 현재 ‘프로출신 단장’ 체제로 운영했거나 운영 중인 팀은 두산 NC를 제외한 8개구단이다.

선수 육성, 당연히 어렵다. 아마추어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현재의 팀 구성, 2~3년 후, 4~5년 후 구성까지 들여다보며 필요한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게 기초다. 각 팀 스카우트가 관찰하고는 있지만, 딱히 공을 들이지는 않는다. 공들여 키워봐야 남의 떡이 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인 지명권을 트레이드 매물로 쓰는 게 일반화됐다. 어차피 한정된 자원이니 5강 진출에 필요하다면, 미래전력을 기꺼이 포기하는 풍토가 생겼다.

왜? 단장 목숨 또한 파리 목숨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장 직장을 잃을 수 있다. 보신주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미래보다 현재를 선택한다. 드러난 전력은 6~7위권인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올해는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라고 큰소리치는 팀 중 실제 우승후보는 한두 팀에 불과하다.

프로선수 출신 단장이 득세한 건 표면적으로 ‘단장도 야구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야구는 알지만, 구단 시스템까지 아는 프로출신 단장은 드물다. 때문에 KBO리그는 특출난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기량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선수나 지도자만큼이나 ‘야구 아는 프런트’ 육성이 시급하다. 리그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국가대표 성적을 기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