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글·사진 배우근 기자] 볼보 XC90 T8은 7인승 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국내에서 플러그인 방식은 인기가 높지 않다. 구매율은 3%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볼보 XC90의 PHEV 모델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 강력한 운동성과 안락한 승차감은 기본이고, 친환경 전기차의 대안적 파워트레인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우선 운동성.

XC90 T8의 가속페달을 밟으면 매우 가볍게 치고 나간다. ‘깃털처럼’이라고 하면 오버겠지만, 그 정도로 날렵하다. 차량총중량이 2825㎏에 달하는 육중한 몸매라는 걸 잊게 한다. 출발과 함께 무게의 중압감은 공중분해 되는 느낌이다.

쿠페형식의 달리기에 특화된 독삼차도 여럿 타 봤지만, 무게대비 운동성은 XC90 T8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출발시 전기의 힘으로 가동하기에 강한 출력뿐 아니라 소음이 없다는 점도 특장점이다.

XC90 T8은 배기량 1969cc의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출력 462마력, 시스템 토크는 72.3㎏.m의 강력한 힘을 발산한다. 제로백은 5.3초 수준으로 스포츠카 못지않다.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53㎞를 주행할 수 있다. 회생제동까지 고려하면 도심 출퇴근은 전기로만 가능할 정도다.

그리고 승차감.

XC90 T8의 승차감은 전체적으로 딱딱하지 않고 말랑한 편이다. 저속에서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부드럽게 넘어간다. 기분 나쁘지 않은 꿀렁거림이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고속에서도 안락하다. 저속과 고속에서의 승차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간혹 차량의 운동성이 높으면 승차감은 낮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XC90 T8은 열외로 두어야 할 거 같다.

각종 안전장치와 주행보조 기능도 매력적이다. 자동제동과 충돌 회피 시스템이 사고 위험을 줄인다.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한 보행자, 자전거, 돌과 나무 등을 감지한다.

그런 기능때문에, 주차하러 후진하다가 여러번 강제멈춤을 당했다. 주차구역 뒤에 풀이 자랐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후진하니, 차량이 스스로 덜컹하고 멈춰버렸다.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가자 그때도 경고음을 울리며 멈췄다. 그럴때마다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선지 내 가슴도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도 활용해봤다. 저녁시간 막히는 내부순환도로였는데, XC90 T8은 알아서 가다 서다 했다. 흐름에 따라 티나지 않게 자율주행했다. 급정거와 급출발도 없이 부드럽게 달리는게, 내가 운전하는 거보다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오른발을 감속페달 위에 살짝 얹어뒀는데, 쓸 일은 없었다. 정체구간이 풀리고 차량이 속도를 낼 때는 굳이 자율주행을 테스트하지 않았다.

XC90 T8은 쉽사리 질리지 않는 디자인처럼, 오랜 기간 드라이빙 하고 싶은 차량이다. 아쉬움을 두고 운전석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