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플로리다=김동영 기자] “지금 그림 제일 좋다.”

SSG 이숭용(53) 감독의 ‘아이돌’이 떴다. 프로 9년차 내야수 안상현(27)이다. 입단 후 1군에서 뚜렷한 실적은 없다. 기대는 모았지만, 알을 깨지 못했다. 2024년은 다를 전망이다. 독해졌다. 동시에 감독의 눈을 ‘확’ 사로잡았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난 안상현은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이 상태로 도태되면 끝이다. 올해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벼랑 끝이라 해야 하나. 올시즌 아니면 정말 야구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준비도 그렇게 했고, 캠프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안상현은 지난 2016년 입단했다.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자. 2018년 1군에 데뷔했다. 딱 1경기 뛰었다. 2019년은 65경기에 출전했다.

상무에 다녀왔고, 2021년 다시 1군에서 모습을 보였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7경기-46경기-58경기에 나섰다. 좋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백업으로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공격이다. 통산 타율이 0.230이다. 개인 최고 타율은 2021년 0.256이다. 지난해에는 타율 0.241, OPS 0.595에 그쳤다.

퓨처스에서도 통산 타율 0.260이다. 2022시즌의 경우 21경기에서 타율 0.363을 쳤다. 출루율도 0.435로 좋았다. 그러나 1군에서는 타율 0.158에 그쳤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다. ‘수비는 좋은데, 공격력이 아쉬운 선수’로 8년을 보냈다. 한때 팀 내 최상급 유망주였지만, 어느새 20대 중반이 됐다. 여전히 뚜렷한 자리는 없다.

2024년을 벼르고 있다. 비시즌 독하게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시작부터 ‘달리는’ 중이다. 신임 이숭용 감독이 ‘세대교체’를 말하고 있는 상황. 특히 2루는 무한 경쟁이다. 제로에서 옥석을 가리고 있다.

이런 감독의 눈에 안상현이 ‘쏙’ 들어왔다. “의욕이 넘친다. 매일 수백개씩 스윙을 돌린다. 휴식일에도 하더라. 지금 치는 그림이 가장 좋다”며 웃었다. 열심히 하는 제자가 흐뭇할 수밖에 없다.

안상현은 “수비와 주루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거의 모든 초점을 타격에 맞추고 있다.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준비는 잘된 것 같다. 비시즌 거의 안 쉬고 훈련했다”고 짚었다.

이어 “뭔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내 느낌은 그렇다. 계속 방망이 돌리면서 타격폼도 체크하고 있다. 디테일에 신경 쓰는 중이다. 매일 내 것을 찾아가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2024년 ‘1군 붙박이’를 꿈꾼다. “내가 줄곧 1군과 퓨처스를 오갔다. 올해는 계속 1군에서 풀 타임으로 뛰고 싶다. 1군에서 내 야구를 하고 싶다. 정말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숭용 감독은 “가능성이 보이면 분명 기회를 주겠다”고 천명했다. 캠프 초반 안상현이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 추세면 시즌 개막 때 안상현에게 선발 2루수 자리가 갈 수도 있다.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기회는 있을 전망이다. 안상현이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