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큰 키에도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 믿음직한 결정력까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스무 살 병장’ 이영준(20·김천 상무)이 어느덧 믿음직한 타깃맨으로 거듭났다.
이영준은 지난 19일 중국과 치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에서 홀로 두 골을 책임지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1차전(1-0 승)에서도 후반 종료 직전 타점 높은 헤더로 결승골을 터뜨린 그는 중국전에서도 군계일학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럽파 공수 주력 요원이 불참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며 고전했다. 하지만 이영준이 두 차례 유효 슛을 모두 골로 연결하면서 수호신 구실을 했다.
전반 34분 선제 결승골이 압권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강상윤(수원FC)이 공을 잡았을 때 빠르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그는 다소 어려운 각에도 번개 같은 오른발 슛이 중국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후반 24분엔 이태석(FC서울)이 내준 공을 문전에서 감각적으로 제어한 뒤 간결한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대회 3골로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신장 192㎝인 2003년생 이영준은 머리와 양발을 모두 잘 쓰고, 속도와 기술을 두루 갖춘 장신 공격수다.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2021시즌을 앞두고 수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K리그1 역대 최연소인 만 17세9개월22일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U-22 자원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연령별 대표에서도 입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늘 최전방 공격수로 3~4옵션 정도로 불렸다. 그러면서 이른바 ‘땜빵’ 노릇을 했다. 현재 수원FC를 이끄는 김은중 감독이 지휘한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도 애초 낙점을 받지 못했으나, 경쟁자 성진영이 다쳐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그리고 또다른 최전방 공격수 박승호가 대회 기간 이탈,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는데 프랑스와 에콰도르 골문을 저격했다.
황선홍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안컵 직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지난달 서아시아축구연맹 대회 때도 이영준은 애초 명단에 없었다. 그러나 홍윤상(포항 스틸러스)이 부상해 대체자로 발탁됐다. 당시에도 호주와 결승전에서 득점하는 등 제 가치를 입증했다.
기세를 몰아 U-23 아시안컵에 합류한 이영준은 어느덧 ‘대체 불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축구에도 반가운 일이다. 2010년대 대표팀의 주력 공격수로 뛴 김신욱(198㎝) 이후 연계와 포스트플레이, 피니시 능력까지 두루 갖춘 대형 장신 공격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한때 울산HD에서 뛴 오세훈(마치다 젤비아·193㎝)이 기대를 모았으나 일본 무대로 떠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유럽파 차출 실패로 마음고생한 황 감독은 이영준의 활약으로 공격진 우려를 크게 덜고 있다. 이영준은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일본과 조별리그 최종전 출격을 기다린다. 나란히 2승씩 거둬 조 1위를 결정하는 한판 대결에서 이영준이 또 한 번 날아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