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영화 속 뮤지컬의 세계…관객 동원 배우들의 신들린 목소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이 영화계의 한파를 봄의 기운으로 녹이고 있다. 뮤지컬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무대를 넘어 스크린을 점령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배우들의 숨결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의 몰입감이 관객들을 환상의 세상 속으로 인도한다.

올해 뮤지컬 영화의 관객 동원 파워가 심상치 않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위키드’는 20일 개봉 후 단 10일 만에 107만1573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메가박스에서만 단독 상영 중인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는 국내 뮤지컬 실황 영화 최대 관객 수 4만7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뮤덕(뮤지컬 덕후)’으로만 채울 수 없는 기록이다. 지난 2021년 12월 스크린에 데뷔한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는 글로벌 엔터테이너 규현(슈퍼주니아)을 내세웠지만, 총관람객 수 1만1000여 명에 그쳤다. 이보다 한 달 전 개봉한 ‘디어 에반 핸슨’은 ‘미녀와 야수(2017년)’, ‘렌트(2007년)’ 등의 메가폰을 잡았던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을 필두로 벤 플랫,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이 출연해 10만 관객을 모았다.

불과 3년 만에 뮤지컬 영화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뮤지컬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연기와 노래, 춤, 무술까지 동시에 가능한 실력파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깐깐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의상과 소품, 무대 장치와 조명, 특수효과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는 디테일한 연출이 요구된다. 하지만 수백억 원과 공든 노력을 공연장에서 모두 전달하는 건 쉽지 않다. 제한적인 시야와 음향 시설, 조명 구도에 따른 흑백 현상 등의 방해로 한 눈에 모든 걸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바로 뮤지컬 영화가 해결해준다. 스크린에서는 그동안 공연장에서 놓쳤던 무대 위의 섬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위키드’는 3면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ScreenX로 관람하면 마치 화면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는 3D 서라운드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로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배우들의 순간적인 울림까지 캐치할 수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역사 ‘위키드’·‘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

뮤지컬 배우들은 자신의 한정된 영역을 넘어 영화에 데뷔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힌다. 무대에만 국한됐던 영역을 벗어나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필름이 살아있는 한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어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다.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 시 배우들의 캐스팅이 깐깐하게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키드’는 대륙을 넘어 최대 규모로 10번 이상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엘파바’ 역 신시아 에리보, ‘글린다’ 역 아리아나 그란데, ‘피예로’ 역 조나단 베일리 등이 배역을 따냈다. 팝스타로 알려진 아리아나 그란데는 8세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노래하는 배우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캐스팅 소식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배우들에게도 치열한 싸움이었으며 간절한 소망이었다. 이들은 촬영 내내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를 선보여 판타지 세상을 현실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막이 어려운 관객을 위해 한국어 더빙판도 절찬 상영중이다. 한국어 대본과 가사를 그대로 가져와 재미 두 배다. 더빙 마이크는 뮤지컬 배우들이 차지했다. ‘엘파바’ 역 박혜나, ‘글린다’ 역 정선아, ‘피예로’ 역 고은성, ‘마담 모리블’ 역 정영주 등이 연기했다. 이들은 실제 ‘위키드’ 출연 배우들로서 당시의 현장감을 온전히 목소리에 입혀 한국의 ‘위키드’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는 지난 2022년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다섯 번째 시즌 ‘엘리자벳’의 공연 실황을 담았다. 당시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스크린에는 ‘엘리자벳’ 역 옥주현, ‘죽음’ 역 이해준, ‘루이지 루케니’ 역 이지훈,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 길병민 등이 출연했다.

‘엘리자벳’ 역시 캐스팅 당시 앙상블만 50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주·조연 배역의 오디션도 5회 이상 진행하면서 최적의 배우를 찾기 위한 긴장감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렇게 선택받은 배우들은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쳐 현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스크린에서는 배우들의 눈빛 연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손으로도 연기한다는 말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눈물 흐르는 것까지 타이밍에 맞춰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실제 무대에서 펼친 공연이기에 배우들의 목소리 울림을 더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에 개봉한 ‘위키드’는 파트1로, 내년 11월 파트2를 선보일 예정이다.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는 2026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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