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86년 처음 출시한 전통의 세단이다.
당시 노년층에겐 국내 고급세단의 자부심이었고 중장년층에겐 옆집과 부를 비교하는 사치의 상징과도 같았다. 한마디로 고급 승용차의 선구자이자 대명사였다.
그랜저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현대차와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공동개발했다. 이후 그랜저는 수많은 디자인 변경을 거치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장수모델이다.
현대차가 토요타의 렉서스처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하며, 그랜저가 가진 고급 세단의 네임밸류는 사뭇 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선택받는다.
그렇다고 가격대가 여전히 낮은 차는 아니며, 중고 시장에서 늘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인기 차종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출시한 다양한 차량 중에 준대형은 그랜저, 중형은 소나타라고 할 만큼 그 상징성과 위상은 아직 남아있다.
어린 시절 타 본 그랜저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한 7세대 2024년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우선 전장 5035㎜로 확장하며 내부 공간은 여유롭고 답답하지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3000cc급 차량 이상의 느낌으로 달린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4기통 1.6L급 가솔린 터보엔진(180마력)에 전기모터(60마력)를 결합해 시스템 출력 230마력을 낸다. 제로백은 약 7초.
엔진과 전기모드의 개입 여부는 계기판을 통해 확인해야 할 만큼 크게 티 나지 않는다.
공인 연비는 복합 15.7~18㎞/ℓ로 도심 15.4~18㎞/ℓ고 고속 15.9~17.9㎞/ℓ다.
승차감은 이전 물렁함을 버리고 단단함을 가미하며 적당한 탄성의 밸런스를 맞춘듯 하다. 한국인의 감성에 맞는 서스펜션 강도를 장착한 느낌이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회전 시에도 롤링이 적어 안정감을 준다.
뒷좌석에도 앉아보니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동급차량과 비교해 매우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뒷유리 전동커튼, 사이드커튼, 다기능 암레스트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편안한 아파 천연 가죽과 스웨이드 천장도 고급스럽다. 각종 방음으로 실외환경과 구분되는 정숙함도 감지된다.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다.
트렁크 공간 역시 골프백을 세로로 넣을 수 있을 만큼 깊다.
막히는 도심에서 자율주행을 테스트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가다 서다를 한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도 인식하며 속도를 줄인다. 꽤 쓸만한 단계까지 기술이 올라온게 느껴진다.
최근 죽마고우인 이 사장님이 그랜저를 구입했다. 고급차는 제네시스로 옮겨가고, 세단보다 SUV로 구매자가 늘어가는 추세지만, 그랜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안정적 주행감과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준대형의 플래십이라는 자부심으로 여전히 소구력을 갖추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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