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복면가왕', 가왕급 1라운드 탈락자들의 패자부활전을 부탁해!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모토로 하는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은 예상치 못 했던 인물의 등장으로 감동을 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1대 1 대결에서 오직 단 한사람이 승리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둘 중 한사람은 반드시 탈락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 더구나 '복면가왕' 촬영은 특성상 녹화 방송이고, 현장 투표로만 승패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 불만이라면 불만일 수 있다. 특히 1라운드에서만 보기 아쉬운, '가왕전'이 더 기대되는 가수들의 탈락은 안타까움을 남겼다.


지난 21일 '복면가왕'에 전설의 록그룹 부활이 등장했다. '복면 가왕' 사상 최초로 팝송 'Creep'을 부른 번개맨과 지구촌의 대결은 번개맨의 승리로 돌아갔다. 아쉬운 패배를 뒤로하고 가면을 벗은 지구촌의 정체에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는 바로 부활의 10대 보컬 김동명이었던 것. 4옥타브를 넘나들며 음역 깡패라 불리는 김동명은 부활로 데뷔 전부터 이미 실력파 보컬로 정평이 난 가수다.


무대를 마친 김동명은 "어머니가 '복면 가왕'을 좋아하신다. 가수가 됐는데도 TV로 다른 가수분들의 노래만 듣는 입장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어머니를 위해)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동명은 "방송 나와서 노래하는 모습 보여드려서 어머니도 즐거워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탈락은 했지만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멋진 가수의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동명이 1라운드에서 떨어진 이날, 김필도 1라운드에서 떨어지는 믿기 힘든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솔로곡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부르며 복면을 벗은 김필의 정체는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의 OST '청춘'을 불러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준 김필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준우승자이기도 한 실력파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깊은 감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필의 정체에 특히 배우 강성진을 밀었던 김구라는 미안하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무대를 내려온 김필은 "홀가분 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괜찮은 척했지만 많이 떨렸다"라며 "힐링 되는 무대였다. 다음엔 떨지 말고 더 잘하자"라는 생각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특히 김필은 3라운드 곡으로 도원경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준비했었다고 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고 이에 '복면가왕' 측은 무대를 대신해 음원을 따로 선보이기도 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준비한 커다란 인형옷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8월 9일, '노래하는 트리케라톱스'로 분한 이영현은 무대를 꽉 채우는 엄청난 성량과 파워풀한 목소리에도 당일 가왕이 된 '네가 가라 하와이' 홍지민에 밀려 1라운드에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이날 이영현의 패배는 더욱 씁쓸했다. 이영현 자체만으로 이미 가왕전급 무대였지만 처음부터 가왕 홍지민과 대결하게 된 대진표 탓에 이루어진 야속한 결과였다. 패널 김구라는 "PD의 징계를 요청한다", 이윤석은 "꼭 다시 나와야 한다. 가왕급이다"라고 아쉬워 했을 정도로 탈락의 여운이 긴 무대였다.


그룹 빅마마 출신 이영현은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한 MBC '나는 가수다'에서 활약한 바 있다. 무대를 마친 이영현은 "여가수 중에 나 같은 몸이 없기 때문에 추리의 단서가 될만한 것을 없애고 싶었다. 몸을 가리고 편견 없이 평가받아보고 싶었다"며 직접 인형 옷을 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영현은 "그동안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다"며 "여러분의 함성이 저에게 채찍과 당근을 줬다. 제가 더 분발해야 한 번에 알아봐 줄 것 같다. 제가 더 열심히 해서 다시 나오겠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목소리' 1990년대를 풍미했던 록의 전설 김종서지만 '복면 가왕' 냉정한 평가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19일 '복면가왕'에서 김종서는 본연의 화려한 고음과 특유의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음정을 반 키 낮춰 불렀지만 교란 작전은 오히려 악수가 되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무대에서 김종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시청자 뿐만 아니라 김종서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김종서는 "살짝 아쉽다. 그냥 내 목소리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대가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분'이라는 편견 탓에 누구도 그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9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커트의 신 가위손' 가면을 쓴 김바다는 '오비이락'에게 패한 뒤,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직접 편곡해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내달리듯 뿜어져 나오는 김바다의 파워풀한 목소리는 마치 콘서트장 같은 열기로 무대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바다의 정체가 밝혀지자 관객은 물론 판정단까지 패닉에 빠졌다. 지난 1996년 시나위로 5대 보컬로 활동한 김바다는 이후 솔로 활동과 밴드 '레이시오스', '아트오브파티스' 등에서 음악적 실험을 이뤘으며 최근 시나위와 재결합해 다양한 활동 중에 있다. 무대를 마친 김바다는 "나의 얼굴을 보면 록이라고 판단하는 그런 선입견 없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록이 어둡고 무겁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에너지를 가진 음악이 바로 록이다. 후회 없는 무대를 마쳤다"고 말하며 록음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뉴미디어팀 김수현기자 jacqueline@sportsseoul.com


사진=뮤직앤뉴, 에버모어뮤직, 부활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필 SNS, MBC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