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이대호...\'걱정마세요. 내일은 홈런!\'
[캐멀백랜치(미 애리조나주)=강명호기자] 이대호가 타석을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다. 2016.03.12.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곰 같은 거구의 이대호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버드나무 회초리 타격폼을 보유하고 있다. 타고난 능력에 부단한 노력이 더해졌다. 이대호는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이 타격폼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섭렵하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2연속 경기교체 출전했다가 3경기만의 선발출전이었는데, 8회 팀 승리의 쐐기포를 쏘아올리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우완투수가 던진 156㎞의 강속구도 그의 회초리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공격에선 시즌 7호포, 수비에선 더블플레이 완성

이대호의 시즌 7호 홈런이 된 3점포는 팀이 4점 차로 앞선 8회말 네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1사 1, 3루에서 브랜던 마우러의 2구째 시속 156㎞ 강속구를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지난 21일 신시내티 레드전 이후 열흘만의 홈런. 이대호는 이 홈런과 앞선 세번째 타석에서 생산한 안타를 포함해 올시즌 5번째 멀티히트(한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이대호의 타율은 0.267(75타수 20안타)까지 올렸고 OPS는 0.850이 됐다. 이대호는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그는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 2루에서 멜빈 업튼 주니어의 강한 땅볼을 잡아 곧바로 2루에 송구했다. 그리고 다시 1루에서 공을 받으며 병살을 완성했다. 시애틀은 이대호의 활약을 바탕으로 9-3으로 승리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귀중한 승리였다.

◇곰 같은 이대호의 버드나무 회초리 타격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석권하고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 그러나 주전이 아닌 비주전.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대호 본인은 불확실했던 처지와 달리 자신감이 넘쳤다.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함께 자신의 타격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원천이었다. 박용진 전 한화 2군 감독은 이대호 타격을 회초리 타법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대호의 장점은 유연성과 함께 타격시 팔이 겨드랑이에 붙어 나가는 스피드가 엄청나다. 그리고 두 손목이 투수쪽으로 많이 빠진다. 하체의 히프가 반 정도 돌아간 상태에서 방망이를 잡고 있는 그립이 투수쪽으로 최대한 나가 있다. 이때 방망이 헤드가 뒤에 남게 된다. 방망이와 공이 콘택트 하는 순간부터 뒤에 있던 방망이가 버드나무 회초리처럼 휙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회초리 타법은 투수가 던지는 여러 구질을 공략할 수 있고 타구의 비거리가 많이 나오는 특징이 있다. 이대호의 정확한 장타 비결이다.

◇주전을 능가하는 백업 이대호의 기록

이대호는 팀에서 백업 1루수 역할이다. 그러나 기록은 주전 이상이다. 4월 2홈런 3타점으로 존재감을 보인 이대호는 5월 들어 5개 홈런과 13타점을 기록하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30경기에서 이대호는 간판타자 로빈슨 카노(7홈런), 넬슨 크루스(6홈런)에 이어 팀 내 홈런 3위에 올라있다. 타점도 5위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제한된 기회를 얻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전 이상의 놀랄만한 기록이다. 카노는 112타석, 크루즈는 96타석을 소화한 반면 이대호는 불과 50타석에 섰다. 즉 타석당 영양가는 최고 수준이다. 이날 이대호에 앞서 시즌 9호 역전 투런포를 때려낸 주전 3루수 카일 시거는 경기 후 “이대호는 정말 대단하다. 몇 번이나 대단한 홈런을 날렸다. 오늘도 정말 대단한 스윙으로 승부를 가르는 홈런을 보여줬다”라고 감탄했다. 스콧 서비스 감독도 “이대호는 나올 때마다 활약한다. 놀라운 일”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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