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끝내기 역전 홈런 박경수, \'합의판정 기다려야 한다네요\'
kt 박경수(가운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t와 LG의 경기 9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끝내기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6. 9. 4.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kt가 2년 연속 꼴찌를 확정지은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고춧가루 부대 구실을 톡톡히 하며 시즌 막바지에 또다른 볼거리를 양산하고 있다.

kt는 지난 23일 5강행의 실낱같은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SK를 2-1로 꺾었다. 이날 패배로 SK는 9연패의 늪에 빠지며 사실상 5강 경쟁에서 탈락했다. 고춧가루 부대 구실을 톡톡히 한 kt는 누적 관중 65만55명을 기록해 지난 해 64만5465명을 뛰어넘는 경사를 맞았지만 이날 삼성이 승리를 거두면서 꼴찌가 확정되는 아픔을 동시에 맛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 KIA와의 홈경기가 벌어진 수원구장에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팬들은 2만석을 모두 채워 올시즌 세 번째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누적 관중도 67만55명으로 늘어났다.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KIA 팬들이 매진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kt 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함성에 기운을 차린 kt는 다시 한 번 매운 고춧가루를 뿌려댔다. KIA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고 8-7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KIA는 직전 경기에서 NC에 패했지만 그 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5강행의 9부 능선까지 올랐고 LG의 턱밑까지 따라붙어 4위까지도 욕심을 내던 상황이었는데 kt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오히려 이날 승리를 거둔 SK의 추격 가능성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실 이날 경기는 KIA의 절대적인 우세가 점쳐졌던 승부였다. SK전에서는 그나마 외국인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메릴 켈리와의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고 하지만 이날 kt 선발은 좌완 정대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차례 선발 등판해 2승 9패 방어율 7.51로 부진했던 정대현이 27차례 선발 등판해 10승 12패 방어율 5.26을 기록중이던 KIA의 외국인투수 지크 스프루일과 맞붙었으니 일찌감치 KIA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정대현은 5이닝 동안 단 2안타만을 내주며 2실점으로 KIA 타선을 꽁꽁 묶었고 타선에서도 주자들이 출루할 때마다 진루타와 적시타를 터뜨렸고 상대 실책까지 더해 6-0까지 앞서나갔다. 불펜진이 흔들리며 막판에 한 점차까지 쫓겼지만 초반에 일찌감치 스코어를 벌려놓은 덕분에 끝까지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다부지게 KIA를 몰아붙이는데 성공한 kt 조범현 감독은 “정대현이 이전 경기들과는 다르게 마운드에서 여유를 찾고 완급조절을 잘했다. 이대형과 박용근 등 타자들도 찬스 때 주자를 불러들이는 집중력을 보여준 덕분에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탈꼴찌에 실패한 뒤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했다. 정대현은 “제구는 물론 완급조절이 잘됐는데 특히 체인지업이 좋았다.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내줘서 조금더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 위기에서 침착하게 리드해준 포수 이해창도 고맙다. 한 경기 정도는 더 선발 기회 있을 것 같은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마지막 경기까지도 상대를 끈질게게 물고 늘어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t 김준교 사장은 “지난 해 신생구단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는데 올 시즌에는 지난 해 관중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즌 도중 불미스런 사건도 있었지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 다음 시즌에도 인성과 근성을 갖춘 선수들을 육성해 더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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