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해외스카우터 필 \'소사와 수다\'
2017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다.KIA 해외 스카우터 필(가운데)가 LG 소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 5. 16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소맥, 부대찌개, 라면이 그리웠다.”

LG-KIA전을 앞둔 16일 광주구장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외국인선수 브렛 필(33)이다. 필은 2014년부터 3년 동안 KIA에서 활약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통산 타율 0.316에 61홈런 253타점의 알찬 기록을 남겨 ‘효자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문화에 대해 빼어난 적응력을 보여줬고 광주에서 두 명의 아이를 얻어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포지션 중복 문제로 KIA는 필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선수 로저 버나디나를 택했지만 KIA 팬 가운데는 여전히 필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필은 디트로이트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실패하자 결국 지난 3월 은퇴를 선택했고 이후 KIA 측의 제의를 받고 현지 스카우트로 활동하기로 했다. 필은 이날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옛 동료들과 반갑게 해후했다.

필은 “한국에서 너무 좋은 기억이 많아 힘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동거리도 짧고 매주 월요일 쉴 수 있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한국에서 다시 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더이상 동기부여를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고국인 미국의 야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필은 “너무 생각나는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의 야구 환경이 그리웠다. 관중들이 마음껏 노래하며 응원하는 모습도 좋았고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고 먹고 이동하는 것도 즐거웠다. 미국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곳에서는 정말 모두 가족 같았다. 아이 둘을 모두 광주에서 낳아 추억이 더 쌓였다”고 덧붙였다.

필은 “중요한 것은 다시 ‘가족’의 일원이 됐다는 점이다. 미국에 있을 때도 KIA의 경기를 모두 챙겨봤다. 은퇴를 결정한 뒤에도 스카우트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데 막연히 KIA와 연관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KIA의 제안이 왔다”며 다시 KIA와 함께 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소맥과 부대찌개가 그리웠다.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인터넷으로 세 박스(60개)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에 올 때도 빈 여행가방 하나를 따로 들고왔다. 아내가 좋아하는 한국 화장품을 사갈 예정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돌아가는데 그 때까지 경기도 보고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다. 전에 살던 아파트를 찾아가 동네 주민들과 만나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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