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_20170715_143148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저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80~90년대 최정상급 인기 가수였던 양수경은 가수 컴백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5년, 자신의 보컬 트레이너를 맡은 바리톤 임준식, 새앨범을 총괄한 음악 프로듀서 하광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배우고 싶다는 겸허함이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양수경의 말을 직접 들은 바리톤 임준식, 하광석 프로듀서 뿐 아니라 이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양수경의 컴백을 도운 소속사 오스카이엔티의 전홍준 대표

(사진)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이렇게 절박하게 표현하는 가수를 나는 25년간 본적이 없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었다. 양수경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전대표는 그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했다.

전홍준(53) 대표는 1993년 유열의 매니저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샹송가수 이미배의 매니지먼트도 담당했다. 친구인 작곡가 하광훈이 제작자로 나선 조관우 2집(95년)의 제작과 매니지먼트에도 참여했다. 이 앨범은 누적 판매량 450만장을 기록했다. 이후 음반 유통사 월드뮤직의 홍보이사로 재직하며 업타운 출신 T윤미래의 솔로 앨범 ‘시간이 흐른 뒤’(2001년) 기획에 참여했다.

2003년 오스카 이엔티를 설립한 뒤 힙합신에서 래퍼로 주로 활동하던 바비 킴의 보컬적 재능을 눈여겨 본 뒤 솔로 가수로 변신시켰고, 1집 ‘고래의 꿈’(2004년)을 히트시켰다. 이후 힙합팀 부가킹즈, 래퍼 더블케이를 비롯해 심수봉, 박강성, 변진섭, 길학미의 매니지먼트를 했다. 현재 오스카이엔티에는 양수경, 바비킴을 비롯해 임정희, 3인조 여성보컬 그룹 더 러쉬, 2인조 그룹 조이어클락 등이 소속돼 있다.

전 대표에게 양수경과 계약하게 된 이유, 옆에서 지켜본 가수 양수경, 인간 양수경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았다.

-

양수경은 오스카이엔티와 손잡고 준비기간 1년을 거쳐 지난해 8월 KBS 7080쇼로 가요계에 컴백했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

운동선수도 1~2년현장 떠나있다가 돌아오면 기존 경기력의 90%를 회복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프로 가수도 마찬가지다. 전성기 감각을 되찾으려면 피나는 노력은 필수다. 15년 이상 떠나있던 양수경에게 보컬리스트로서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로 국내 최고의 바리톤 임준식을 트레이너로 붙였다. 보컬의 기본인 발음, 박자, 톤을 정리하자는 의미였다. 또 걸음걸이, 앉아있는 자세, 마이크 잡는 각도 등의 연습을 시켰다. 전성기 때 감각을 되찾게 하려는 의도였다.

왕년의 스타라는 인식을 갖고 자존심 상해하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과정인데, 양수경은 군소리 없이 “뭐든지 할게요”, “나는 다시 배워야 해요.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스폰지처럼 흡수하더라. 25년간 가요계에 몸담다 보니 가수의 열정, 눈빛, 몸가짐, 평소생활, 언행일치 여부, 노력 유무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 양수경은 임준식이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하자고 하면 4번으로 늘리자고 조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양수경이 연습 기간에 보컬 트레이너 임준식, 하광석 음악프로듀서에게 이렇게 말했다더라. “저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이렇게 절박하게 표현하는 가수를 나는 25년간 본적이 없다. 그 말을 직접 들은 임준식, 하광석 프로듀서, 전해들은 내가 모두 감동을 받았다. 이 정도 각오라면 못할게 뭐가 있겠나 싶더라. 아무리 기존 가수가 다시 성공하기 힘든 시기라고 해도, 설령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우리가 양수경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셋이 의기투합했다. 양수경의 그 말을 전해들은 이후 더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새 앨범과 베스트 앨범을 내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연습과 활동 기간까지, 함께 한 지난 2년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싶나.

지난 2년은 이제 성인가요시장에서 신고식을 치른 기간이다. 기존 40~60대가 들을만한 음악이 없었는데 그 시장에 이런 가수가 돌아왔다는 걸 알린 기간이었다.

Print

-앞으로 양수경의 계획과 목표는.

일단 9월 9~10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27년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에 맞춰 전곡을 새로 편곡하는 중이다. 기대해도 좋을 멋진 무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2~3년 안에 히트곡을 내는게 목표다. 공연 시장에 신입생처럼 진입하는 기간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후 2~3년간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일본.중국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 양수경은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3년간 싱글 및 앨범을 20장 내며 큰 성공을 거뒀었다. 90년 일본 NHK-TV 신인상 등 각종 일본 가요제 신인상을 싹쓸이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일본에서 어느 정도 위치였냐면 대만 출신의 고(故) 등려군, 선배 계은숙 등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로 각광받았을 정도다. 양수경은 일본어도 유창하다. 기대해 달라.

monami153@sportsseoul.com

<양수경 콘서트 포스터. 사진 | 포스터 디자이너 박영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