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스틸
영화 덩케르크 스틸장면

[스포츠서울] 덩케르크 해안에 도착한 선박들을 바라보던 해군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영화의 이 장면에서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관현악 선율이 흐른다. 영국의 국민 작곡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가운데 ‘님로드(Nimrod)’다. 따뜻하기 그지없는 현악 선율 덕분에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되었다. 영화에서도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인간은 고귀한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낙관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다시 덩케르크로 가보자. 5월 29일 안개비와 낮은 구름이 계속되면서 독일공군은 공격을 할 수 없었다. 바람이 약해서 파도도 높지 않았다. 아침부터 많은 병력이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후 늦게 고기압이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덩케르크의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했다. 독일 공군은 오후 4시 이후 공습을 시작했다. 일부 선박들의 파괴와 병사들의 손실이 있었지만 5만명 이상의 병력이 이날 탈출에 성공했다.

5월 30일 아침에는 기상학적으로 잘 끼지 않는 안개가 해안을 뒤덮었다. 온화한 고기압 날씨와 바다 온도 차이로 생긴 안개였다. 안개는 점차 떠오르면서 낮은 구름인 층운으로 변해 독일 공군은 오전 동안 공습을 할 수 없었다. 연합군은 수많은 병력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안에 형성되었던 안개와 낮은 구름이 벗겨졌다. 다시 독일 공군의 맹공격이 시작되었지만 이미 5만명이 넘는 병력이 탈출한 후였다.

5월 31일 아침 다시 안개가 끼었다.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 파도는 높아졌지만 탈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후에는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날씨가 맑게 개었고 독일 공군은 공습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6만명이 넘는 병력이 탈출에 성공했다. 6월 1일에는 유럽에 주둔했던 영국원정군은 다 철수했다. 이때부터 날씨는 전적으로 독일군에게 유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매우 강력한 고기압이 영국 쪽으로 확장해왔다. 6월 2일부터 4일까지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날씨가 맑아지면서 영국 공군기들이 탈출을 돕기 위해 독일공군과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다. 연합군은 독일 공군의 공습을 피해 밤에 남은 병력을 철수시켰다. 6월 4일 마지막까지 남았던 프랑스군 4만명이 철수하면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막을 내린다. 날씨의 신은 영국 편이었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