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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래퍼 더블케이(35)는 최근 종영한 엠넷 ‘쇼미더머니6’(쇼미6)에 참가자로 나서 자신의 음악을 듣고 자란 후배들과 경쟁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큰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본선 무대를 앞두고 음원 미션에서 가사 실수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데뷔 16년차인 그는 이번 경연을 통해 후배들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 최근 만난 더블케이는 쇼미6 참가자 중 인상적인 래퍼로 양홍원과 우원재 둘의 이름을 댔다. 20대 초반인 둘 모두 더블케이가 데뷔했을 무렵과 비슷한 나이대다. 더블케이는 둘의 장점으로 ‘오리지널리티’, 즉 독창성을 꼽았다. 실력을 떠나 남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것’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데뷔 때보다 실력적으로 더 낫다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더블케이는 스무살이던 2002년 리쌍의 1집 앨범 2곡(‘예스, 오케이’, ‘컨디션’)에 피쳐링 참여하며 힙합신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 2004년 정규 첫 앨범 ‘포지티브 마인드’를 발표하자마자 세련된 외모와 날카로운 목소리, 화려한 랩 스킬 등으로 각광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도 힙합계의 명반으로 꼽히는 도끼와의 협업 앨범 ‘플로우 2 플로우’(2011년) 등 꾸준히 앨범 작업을 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쇼미더머니’ 시즌1에 심사위원으로 출전해 로꼬와 함께 최종 우승을 차지했었다.

더블케이는 지난 13일 쇼미6 출연 이후 심경과 각오 등을 담은 새 디지털 싱글 ‘가고 있어’를 발표하며 래퍼로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쇼미 시즌1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첫 시즌이라 어수선 했지만 제작진, 출연진이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애틋함, 순수함이 있었다. 지금도 통용되는 여러 규칙은 당시 MC메타 등 여러 출연진이 현장에서 머리를 맞댄 고민의 결과물이다. 참가자를 통과시키고 탈락시키는 것 보단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는 점에 나는 흥미를 느꼈다. 힙합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던 콘텐츠를 방송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참가했었다.

-쇼미1 우승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얻은 것 뿐이다. 인지도가 높아졌고, 방송에서 랩하는 모습을 남겼다. 그리고 프로그램 출연 직후 행사를 많이 해서 돈도 벌었다.(웃음) 잃은 것은 크게 없다. 이후 찾아온 슬럼프는 쇼미 탓은 아니었다.

쇼미1을 마친 뒤 다소 혼란스러웠다. 약간 외부에 휩쓸리며 음악을 했다. 쇼미를 마친 뒤엔 에너지 소모가 상당한데 지친 상태에서 마감에 쫓기듯 음악을 발표하고,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쇼미1 프로듀서였지만 쇼미6에는 참가자였다. 기분이 남달랐을 텐데.

같은 공간이고, 와본 공간인데 같은 장소에서도 맡는 공기가 다를 수 있더라. 내가 프로듀서였을 때는 참가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잘하는 래퍼를 뽑는데 초점을 맞췄었다. 반대로 그 참가자 입장이 됐을 때 즐기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다. 참가자 수천, 수만명이 모두 절실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참가자가 모두 줄을 서 있고, 심사위원은 한 지원자 당 20~30초만 듣고 판단을 하는 건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나처럼 이름이 알려진 이들은 아무래도 이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인지도가 없이 실력이 뛰어난 친구의 합격 여부에는 운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겠더라.

-5년만에 쇼미에 나간 이유는.

“너가 왜 나가”라며 놀라는 사람이 있긴 했다. 사실 출연 3일전까지 고민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자존감이 최대의 적이라는 내용이었다. 과거의 자신에 집착하고, 거기에 따른 자존심을 부려서 내리는 선택은 고인 물이 되기 십상이라고 쓰여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걸 내려놓거나 버리고 현재의 상황에 맞게 도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와닿았다.

이번 쇼미6에서 중간에 실수해서 탈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출연 결정은 잘한 선택이다.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할 때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주더라. SNS를 봐도 팬들의 피드백이 많아졌다. 사실 쇼미에서 어떻게 했는지보다, 그 이후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흐리멍텅하거나 멋있지 않으면 바로 잊혀진다.

-쇼미1 출연 경험이 쇼미6 이후 행보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나.

쇼미1 이후엔 분위기에 이끌려간 측면이 있다. 행사를 쫓았고, 사람들의 관심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그런데 아티스트는 그런데 과도하게 끌리면 안된다. 그럼 발전이 더뎌진다. 사람들이 칭찬할 때 스스로 채찍질 할 줄 알아야 하고, 비난을 들을 땐 움츠릴 필요가 없다. 지금은 쇼미6 출연 이후 관심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걸 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음악, 공연 등 활동이다. 냉정한 현실 분별력이 필요하다.

-쇼미6 참가자 중 인상적이었던 래퍼는.

양홍원이 좋았다. 랩 기계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잘한다. 우원재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독보적이다. 가사도 잘 쓰더라. 그친구들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양홍원과 우원재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아무리 랩을 잘하더라도 다른 선배 래퍼의 색깔이 느껴진다면 덜 신선할 텐데 둘에게선 그런 요소를 찾아볼 수 없어 멋있다.

-더블케이도 스무살이던 2002년(리쌍의 ‘예스오케이’ 피쳐링으로 데뷔) 힙합씬에 등장할 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 양홍원, 우원재 나이와 비슷한 때다. 그때 자신과 지금 후배들을 비교하자면.

나 어릴 때보다 요즘 친구들이 랩을 더 잘한다. 내가 데뷔할 무렵은 대한민국에 힙합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스타일적으로 완성된 래퍼도 많지 않았다. 한국 힙합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자랐다. 2000년대를 거치며 한국 힙합이 크게 성장했기 떄문에 양홍원, 우원재 세대는 듣고 자란 음악이 나완 다르다.

-양홍원, 우원재 같은 후배들에게 조언해 달라.

사실 내가 선배로서 굳이 해줄 말은 없다. 선배로서가 아니라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서 옆에서 해주고 싶은 말은 있다. 주변 사람이 뭐라 하든 휩쓸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모든 건 본인하기에 달렸다.

자기가 가진 것들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걸 원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물론 데뷔 때 수준의 가사와 랩 스킬을 계속 가져가면 발전이 없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독창적인 부분 안에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아티스트라면 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나도. 내 안에서 늘 나와 싸우는 부분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그린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