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은퇴 이승엽 기자회견, \'56호 홈런 가장 기억에 남아\'
삼성 이승엽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은퇴경기인 2017 KBO리그 삼성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15시즌 동안 뛰며 통산 홈런 1위(465개), 타점 1위(1천495개), 득점 1위(1천353개), 2루타 1위(464개) 등을 기록하고 있다. 8년 간 일본에서의 활약을 합하면 통산 홈런은 624개나 된다. 2017. 10. 3.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대구=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오지 않을 것 같던 순간이 다가왔다. ‘국민타자’이자 삼성의 레전드 이승엽(41)의 은퇴 경기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지난 1995년 데뷔해 일본에 진출한 8년을 제외하고 오로지 삼성에서만 뛴 이승엽은 22년간의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홈팬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마치게 됐다. 경기 전 이승엽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아침 기분이 어땠나.

기분이 별로였다. 마지막이 되니 야구장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나한테는 심장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야구가 너무나 많은 것을 줬기 때문에 다시 안 할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쉬웠다. 어제까지는 전혀 못느꼈는데 오늘은 기분이 뒤숭숭하고 씁쓸했다.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했나.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녀올게’라고 얘기했다. 어제는 아내가 막상 은퇴하니까 서운하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에서 세워둔 목표가 있나.

예전엔 안타나 홈런을 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늘 하루를 부상 없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팬에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안타를 치고 못치고를 떠나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팬의 가슴속에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라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다.

-오늘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하는데 기분이 어떤가.

원래 3번타자는 (구)자욱이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양보했기 때문에 고맙게 생각한다. 제일 좋아하는 타순과 포지션이 3번 타자 1루수였는데 나를 배려해서 라인업을 짜주신 김한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은퇴식 때 눈물이 날 것 같나.

그동안 많은 순간에 눈물이 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참았다. 오늘도 눈물이 날지 안날지는 그때 가봐야 할 것 같다. 냉정하게 잘 다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은퇴사는 따로 준비한 것이 있나.

지금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떤 말을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아마도 현장에선 생각한 멘트의 10분의 1도 못할 것이다. 그동안 감사했던 분께 인사드리고 싶다. 야구선수로서는 더 이상 말씀드릴 수 없기 때문에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일본팬이 많이 찾아왔다. 일본팬에게 한마디 해달라.

일본에서 8년간 생활했는데 열성적인 팬을 많이 봤다. 2군에 갔을 때도 원정경기까지 와서 응원해주셨다. 감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좋다. 모든 것을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은퇴를 하게 됐다. 8년동안 감사드렸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서 생각한 것이 있나.

아직도 고민중이다. 주위분들과도 상의하고 있다.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기에 확답드릴 순 없지만 공부나 해설 등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부하러가는 게 아니면 해설을 하지 않을까 싶다.

[SS포토]은퇴 이승엽, \'다시 태어나면 평범한 삶을...\'
삼성 이승엽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은퇴경기인 2017 KBO리그 삼성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15시즌 동안 뛰며 통산 홈런 1위(465개), 타점 1위(1천495개), 득점 1위(1천353개), 2루타 1위(464개) 등을 기록하고 있다. 8년 간 일본에서의 활약을 합하면 통산 홈런은 624개나 된다. 2017. 10. 3.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지막 경기다. 특별히 기억나거나 그리운 분들이 있나.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물려주셨다. 특히 어머님께서 몸관리를 잘 시켜주셨기에 지금까지 큰 부상없이 선수 생활을 하게 됐고, 결혼 후에는 아내가 16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가족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야구쪽에서도 많은 감사한 분이 계신다. 지도자 중에서는 타자로 전향하게 해주신 박승호 코치님 외에 박흥식 코치님, 백인천 감독님, 지바 롯데 시절 방황할 때 정신 무장을 도와준 김성근 감독님, 다시 삼성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류중일 감독님, 타격 코치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준 김한수 감독님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분들이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스타가 됐을 때는 너무나 행복했고, 야구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큰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전까지는 너무 힘들었다. 스타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해야했고 힘든 점도 참고 견뎌야 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로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은 무엇인가.

팀으로선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9회 동점 홈런을 때렸고,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56호 홈런이 최고의 홈런이 아닐까 생각한다. 1999년에 54홈런을 달성했을 때 좋았지만 한편으론 기록을 깨지 못해 아쉬웠다. 그 이상을 뛰어넘고 싶었는데 2003년에 넘어섰다. 만약 당시 55호에서 홈런 행진이 끝났다면 평생 기록 달성을 못했을 거고 아쉬움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대기록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 일본 생활에 대해 평가해달라.

나는 열심히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쳤다. 2군에서 보낸 시간도 많았고, 한국에서 보여줬던 폭발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많이 배운 곳이다. 42살까지 뛸 수 있었던 비결도 일본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나태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공부를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국가대표로 뛸 땐 모든 경기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3번 삼진 당하고 4번째 안타를 쳤을 때 희열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못쳐서 패했다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행복했다. 베이징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다. 후배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내가 팀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있어서 후배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고 이기게 돼서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받았지만 모든 고생은 후배들이 했다고 생각한다.

-대구 야구장에 대한 소회를 말해달라.

대구 시민야구장이 너무 낙후된 곳이었다. 라커룸에서 식사를 하고 쉬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게 사실 너무 힘들었다. 좋은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써보고 싶었고, 라이온즈파크에서 2년동안 생활하면서 너무나 좋은 추억을 쌓았다. 좋은 환경과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팀성적이 좋지 않아 팬에게 송구스럽지만 분명히 과도기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떠나지만 후배들이 이 곳에서 침체돼 있는 삼성을 정상으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후배들에게 당부를 해달라.

국내 프로야구 모든 선수들이 반성해야 한다. 선후배들이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더 이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 나도 팬들이 원하는 100%를 하지는 못했다. 나머지는 후배들이 해줬으면 한다. 수 많은 야구팬이 보고있고 특히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이 팬이 선수들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더욱 잘해야 한다.

-아내가 시구를 하게 됐다.

집에서 5미터 되는 거리에서 고무공을 가지고 연습했다. 여기서는 안할 생각이다. 선수 생활 마무리를 아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구단에서 시구자로 아내를 물어봤을 때 흔쾌히 찬성했다. 영광스러운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내가 시포를 할 예정인데 공이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승엽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내 인생이자 보물이다. 야구를 빼고 내 이름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얻은 것도 많다. 죽을 때까지 야구인으로 살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는 내 사랑이다.

-팬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야구팬은 홈런 잘치는 선수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야구계에서 모범이 되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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