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이현주 감독이 영화계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속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에서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고, 고소 취하 요구 등 2차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처음 인지한 책임 교수 A씨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피해자가 지난달 SNS를 통해 주장한 내용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 감독 측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아카데미 원장 B씨는 성폭행 사건과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인 영진위에 알리지 않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의 졸업작품을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홍보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 이 감독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이 감독에게 재판에 쓰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 사건이 장기간 은폐됐다. 영진위가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영진위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는 "오석근 위원장이 피해자에게 조사결과를 알리면서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라며 "아카데미 내부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현주 감독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A씨가 자신이 성폭행 피해를 당한 장소를 ‘이현주 감독의 영화에 나왔던 곳’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현주 감독은 A씨와 당시 성관계를 합의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온 남자친구가 있고 지인 등이 그를 동성애자로 인식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판결했다.


특히 피해 여성은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을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라고 전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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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대단한단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