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이름난 한식 레스토랑이나 요리 선생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도자기 그릇이 있다. 단아한 매력이 돋보이는, 도예가 김상인(49) 작가가 만드는 백자 해인요다.

경기도 안성에 작업실을 두고 조선백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도자기를 만들어온 김상인 작가가 최근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 ‘White space 餘白,여백’전을 서울 종로구 일상여백(~7일)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고족접시’를 주인공으로 했다. 다리가 높다는 뜻의 고족접시는 흔히 제기접시로 불린다. 굽이 있기 때문에 접시와 굽의 비율이 잘 맞아야 아름다운데, 그 비율을 잡는 게 쉽지 않은 공정이다. 이번에 선보인 고족접시는 기술적 완성도, 균형적 완성도, 예술적 완성도가 더욱 깊어졌다.

김상인 작가는 “고족접시는 조형적으로 완벽한 비율을 만들기 어렵다. 상판과 다리 비율이 맞아야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띠는데, 완성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만들어 부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서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말했다.

과거 제사용, 잔치용으로만 사용되던 고족접시를 대중화시킨 주인공이 김상인 작가다. 10여년 전부터 고족접시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선보였는데, 해인요 고족접시가 대중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도예공방에서도 고족접시를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대중화됐다.

김상인 작가가 고족접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유는 무얼까?

김상인 작가는 “식탁 위 그릇이 과거와 다르게 현대는 생활 속의 오브제 같은 느낌이 강해졌다. 또 음식이 다양해지고 색상도 다양해지면서 평면적 식탁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요구가 생겼다. 그래서 장식성 있는 오브제 느낌에 식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인요 백자는 식탁 위에서 음식을 담았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이 매력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한국 음식을 돋보이게 해준다. 이런 특성에 대해 일상여백 한신영 대표는 “김상인 작가는 여백을 만드는 사람이다. 작가의 감각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기물이 공간을 확장해 유동적인 변화가 완성된다. 백자 자체도 아름답지만, 작가가 만드는 백자 위에 음식이 놓이면 그 기물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유명 한식 레스토랑 오너 셰프나 요리 선생님들이 김상인 작가의 해인요 그릇을 좋아하며 즐겨 사용하는 이유다.

색도 없고 장식도 없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백자지만 한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쉽지 않은 공정이 따른다.

김상인 작가는 “처음에 멋모르고 시작했다.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조선백자는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특징이 없는데 눈여겨 바라보면 담백함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걸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 작업실에 앉아 흙을 만지며 그릇을 빚는다. 어머니 품 같은 조선백자의 멋을 오롯이 살려내고 싶은 열망에 하루 열여섯시간씩 작업할 만큼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해인요는 흰빛이지만 마냥 희지 않고 푸른 빛이 살짝 감도는 흰빛이다. 우리 민족의 순결함과 청아함이 모두 담긴 빛이다. 이 빛을 만들어내기까지도 오랜 시행착오가 있었다. 도예 작가에게 흙과 유약은 요리사의 레시피나 마찬가지다.

김상인 작가는 “미색에 푸른빛이 나는 건 산화철 성분 때문이다. 산화철 함량에 따라 색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인위적으로 철 성분을 넣으면 자연스러운 색이 나오지 않는다. 자연적으로 침전된 철 성분이 내는 자연스러운 발색을 원해서 직접 채취한 흙을 첨가하면서 작업한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도자기를 빚어오면서 요즘처럼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까지 생겼다. 전시를 하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해 가는 일본팬들이 있을 정도다. 그런 관심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빼앗기지는 않는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되뇐다. 조금씩 조금씩 힘을 빼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모던해지고 싶고 더 간결해지고 싶고. 나중에는 다 내려놓고 흙 하나를 툭 던져놓듯 편안하게 작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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